캐나다가 반미친중이라는 죄우를 막론한 오해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거 같아. 어휴, 어디서부터 이 오해를 풀어야 할까?
일단 현재 집권당인 자유당이나 제1 야당인 보수당 둘 다 친미야. 캐나다 수출입과 투자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지. 캐나다인들도 미국에 많이 투자해. 나도 그렇고. 미국이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건데, 그걸 바라는 캐나다인 없을 껄?
다만 최근 캐나다인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아주 새롭게 생긴건 사실이야.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캐나다인 근 3명 중 1명이 미국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런 인식은 현대들어서 유래가 없는 일이야. 그러나 캐나다는 국민 정서만으로 정치하는 나라는 아니야. 정당의 입장은 조금 다르지.
캐나다 주요 2당의 외교 기조를 보자구. 중도좌파 자유당은 중간 파워(Middle Power)를 밀고 있지. G2-미중 외에도 국력이 비슷한 민주주의 나라들끼리 협력해서 성장하자는 거야. "비슷한 나라들끼리 뭉쳐서 우리 목소리를 더 크게 내자"라고 할 수 있어. 대표적으로 파리협약 같은 기후조약, UN 평화유지군 참여, 국제 원조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이게 다만 미국을 배제하고 뭉치자가 아니고, 오히려 미국이 국제 경찰 역할을 할 때 캐나다가 바람잡이 역할을 해준 적도 많아. 사회주의 국가 모여라도 아니고 제대로된 민주주의 국가 아니면 안껴준다는 점도 중요해. 한국과 관련해서는 6.25에 당시 없는 병력에 모병까지 해서 3만명을 파병한 나라가 캐나다야.
중도우파 보수당은 지난 총선에서 캐나다 퍼스트(Canada first)를 밀었지. 캐나다의 국익을 우선하자는 건데, 이건 아무래도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주장한 트럼프의 아류작이었고, 그다지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어. "국익에 도움 안되면 못 하러 참여함?" 이라고 할 수 있지. 캐나다 국내 상황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국외 사안에 덜 신경쓰자는 거야. 따라서 캐나다 퍼스트는 중간 파워의 거울 방향으로 기후조약이나 UN평화 유지군 참여에 미온적이야.
국제적 정의를 외치는 오지라퍼였던 저스틴 트루도 총리를 상대로 캐나다 퍼스트는, 그 사람을 지겨워하기 시작한 캐나다 중도의 표심(나 같은 사람)까지 아우르는 괜찮은 방향인 듯 했지. 그러나 지난 총선 직전에 트럼프가 캐나다인에게 "51번째 주가 되라"와 관세라는 광역 도발을 걸어버리는 바람에 망했네. 아무래도 차기 총선에 보수당은 다른 구호를 가지고 나올 듯 해. 캐나다 퍼스트는 너무 약했어.
캐나다-중국 관계가 가장 좋았던 때는 2012년 외국인 투자증진 및 보호협약(FIPA)이 맺어진 시기야. 이걸 맺은 정부는 보수당이야. 캐나다의 에너지와 자원 수출과 투자를 도모하기 위함이었지. 이러한 중국과 괜찮은 관계는 자유당-트루도 총리 집권 초기까지 이어졌어. 돈에는 국적이 없는 거야.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갈라진게 2018년 12월 화웨이 사건이야.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이란 거래금지 위반과 관련해 자금 세탁 혐의가 있다고,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한거지. 중국이 풀어달라고 했지만, 캐나다 정부는 법치를 들어서 2년 9개월 동안 잡아두고 미국 송환 재판을 진행했어. 그 와중에 중국내 캐나다인 2명이 억류되기도 했지. 결국 미국이 멍 부회장을 기소 유예하기로 중국과 합의하면서 캐나다에서 중국으로 송환되는 거로 일단락돼. 즉, 외교적으로 확고하게 캐나다의 자유당 정부가 미국을 선택한 사건이야.
그 다음부터 자유당은 아주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지. 2021년에는 중국 당국에 대한 국제 규제에 나서고, 2022년에는 5G 통신망 사업에 화웨이 참여를 금지시켜버려. 그리고 트뤼도 총리는 신장에서 위구르족 학살 사건 비판, 홍콩 국가보안법 비판 등을 했어.
설문조사 기관 앵거스리드 설문을 보면 2017년까지만 해도 캐나다인 2명 중 1명은 중국을 좋게 생각했지만, 2018년 화웨이 사건과 2019년에 중국에서 온 그 대역병 때문에 중국을 좋게 보는 캐나다인은 10명 중 1명 꼴로 떨어져. 그리고 현재는 10명 중 6명은 중국을 위협으로 보고 있지.
반중 감정이 계속 높아지는 와중에 2023년에 중국계 캐나다인 사업가 2명이 트루도 재단에 지난 2016년에 20만 달러를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어. 트루도 재단은 트루도 총리의 아버지 피에르 트루도 전총리를 기리는 재단으로 총리의 형제가 운영하고 있었지. 결국 의회에서도 이게 중국 정부돈이나 아니다 캐나다 사업을 통해 발생한 돈이다라고 조사와 설왕설레가 오갔어. 결론은 합법적 기부였지만, 트루도 재단은 돈을 반환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지우는 쪽으로 정리했어. 잘 봐봐. 중국과의 관계를 지우려 한다는 거 자체가 수상하다기 보다는 중국이 붙으면 여론에 아주 불리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거야.
그런데 이게 야당 입장에서 호재잖아? 불씨에 불을 놓았지. "중국이 캐나다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 이거 큰일이잖아. 2024년 의회 국가안보및 정보위원회는 중국이 일부 자유당 정치인에게 2019년과 21년 총선 당시 접근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이르러. 다만 누구에게 접근했는가 기밀로 공개되지 않았어. 결론 또한 중국이 간섭하려했으나 총선에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는 거로 내려졌지만...
이거 참, 음모론 만들기 참 좋은 소스 아냐? 이름도 공개 안된 데다가 중국이 접근한 건 사실이니까 말이지. 이게 인터넷에서는 중국 돈받은 자유당 정치인 놈들로 튀겨지면서, 캐나다의 극우에게는 꽤 좋은 얘기거리이자 "믿쑵니다" 사실이 된거야.
다만, 그럼에도 화웨이 사건 이후 자유당의 대중 견제 정책은 여전하고, 또 중국도 캐나다 정부의 말이라면 아주 잘근잘근 씹고 있는 만큼 현재 자유당이나 캐나다 정부가 친중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무역 전쟁도 진행 중인데,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 강철,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 수입을 막고 있고,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 콩, 해산물에 보복 관세를 매긴 상태야. 참고로 중국산 전기차를 막은 덕분에 한국산 전기차가 테슬라와 함께 캐나다 땅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어. 얼마전까지만 해도 테슬라도 일부 캐나다인 눈 밖에 나갔으니...
일단 캐나다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대놓고 친중은 자살행위에 가까워. 캐나다인 62%가 중국을 국가적 위협으로 보고 있으니까.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은 폭삭 망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 캐나다에서, 어느 정당이 용감하게 친중을 선택할 수 있겠어?
실제로 보수당은 국가재정을 탕진해 1993년에 완전 박살이 났다가 다시 정리하고 뭉치는데 10년이 걸린 역사가 있어. 또한 하퍼 총리 시절 자유당은 완전 쪼그라들어서 기침소리도 못 냈었고. 더 까놓고 말해서 중국의 거만한 태도가 바뀌고 캐나다의 경제적 이익을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는한 현재 반중 스탠스에서 전환은 어려울 거야.
다만 미국이 캐나다를 못 살게 굴면, 캐나다가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 뭘까? 캐나다는 지금 트랜스마운틴파이프라인 사업을 통해 앨버타의 원유를 태평양 건너로 수출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유조선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캐나다인의 표정은 미묘하게 바뀔 가능성이 있지. 개인적으로 지금 한국이나 일본이 중국보다 더 좋은 고객이 되길 원하는 배경이기도 해. 기왕이면 모국인 한국이 캐나다와 혈맹이면 더욱 좋겠지.
아무튼...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지만 본인들의 한국 정치 상황을 고스란히 캐나다에 투사해서 마음대로 해석하면 참 곤란해. 캐나다 사정이 다 따로 있는거라. 국제 정치는 국가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는데, 딱~ 한국하고 대입해서 해석하는 거, 그거 이단이고 사이비야. 믿지말어.
참고: 이 글은 모두 근거가 확실하다우~.
New poll says 27% of Canadians view the United States as an 'enemy'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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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ll suggests another 30 per cent still say they consider the U.S. an ally.
www.ctvnews.ca
Canadian opinions of China reach new l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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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of Canadians say Chinese government has not been honest or transparent about pandemic May 13, 2020 – The latest study from the non-profit Angus Reid Institute finds Canadian favourability towards China at a new low. Indeed, just 14 per cent of adults
angusreid.org
Trudeau Foundation misled public by stating China-linked donation was Canadian: ex-official | CBC News
The Pierre Elliott Trudeau Foundation misled Canadians when it said that a controversial donation made by two Chinese businessmen qualified as a Canadian donation, the former president of the foundation told MPs Friday.
www.cbc.ca
The Meng Wanzhou Huawei saga: A timeline | C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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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than two years ago, Canadian police arrested Meng Wanzhou, an executive for Chinese tech giant Huawei, at the 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 Since then, the case has resulted in heightened tens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and strained diplomatic r
www.cbc.ca
China tried to influence last two federal elections, says report released by CSIS - National | Globalnews.ca
Briefing report obtained by Global News says China 'sought to clandestinely and deceptively influence the 2019 and 2021 federal el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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