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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사회주의 국가? 위험한 착각.

캐나다 사회

by 조이밴 2024. 6. 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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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많이들 확신하듯이 "캐나다는 사회주의 국가"라고 한다. 

이런 착각은 캐나다와 별 상관없이 살 사람이라면 그다지 해롭지는 않다. 그러나 캐나다 사는 사람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믿고 생활한다면 노후가 위험해질 수 있다. 실체는 사회주의 국가도, 그닥 훌륭한 복지 국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정 민족 그룹의 노인 빈곤률은 상당히 높은데, 이는 캐나다 정부가 노후를 책임질거라고 믿은 결과 아닐까 싶다. 

 

캐나다는 종종 사회주의 국가로 오인된다.

 

사회복지 지출은 어느 정도? 

일단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보면 캐나다의 지출 수준은 대단하지 않다

 

일단 캐나다가 사회주의라는 오해를 받는 배경에는 미국인의 오해가 있다. 초자본주의 미국에서 캐나다의 사회복지 제도는 충분히 사회주의 국가로 오해받기에 좋을 수준이다. 게다가 종종 캐나다인이 공립 의료보험, 연금 제도에 대해 미국보다 잘 정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지를 보이다보니, 미국에 비해 사회주의가 강한 나라로 비춰진다.

 

실제로 캐나다가 사회주의 복지 천국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평균 사회지출은 GDP대비 21.1%. 캐나다는 이 평균보다 높은 24.9%로 일본과 동률이다. 이는 미국(22.7%)보다 약간 높고, 한국(14.8%)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 지출이 너무 적어 캐나다가 상당히 높아보는 착시일뿐, 프랑스(31.6%)나 독일(26.7%)에 비하면 캐나다도 낮은 편이다.

 

자료: Social protection - Social spending - OECD Data

 

캐나다 세금 부담, 한국보다 적다?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며 세금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사실 세율을 기준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분류할 수 없다. 또한 두 나라의 세율을 단순 비교하는 건 별로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 예컨대 캐나다의 개인소득세율은 한국보다 높아보이지만, 실상 캐나다의 소득세 안에는, 한국인은 따로내는 의료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그런 점을 감안해 OECD가 발표하는 국가별 종합 실효세율로 비교해보자. 종합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 감면을 계산해, 실제 부담하는 세율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준다. 2022년 기준 캐나다가 23.8%로 한국의 25.9%보다 낮다. 두 나라 모두 미국 22.4%나 중국 23%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이 캐나다, 미국, 중국보다 세율이 더 높으니, 좀 더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세율을 기준으로 사회주의 운운하는 게 잘못된 거다. 참고로 일본은 28.4%다.

 

자료: Effective Tax Rates (oecd.org)

 

보너스, VAT에 의한 착시

단기간 캐나다 방문객 중에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 시 12~13% 세율 부가가치세(VAT)를 경험하고는, 복지 때문에 캐나다 세금이 높다는 주장/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부가가치세(VAT) 세율 10%보다 훨씬 높고, 캐나다의 경우, 세금이 아예 영수증에 따로 표시돼 눈에 보이는 조세저항감도 크다. 게다가 한국인이 많이 가는 미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의 VAT 역시 10% 수준으로 캐나다보다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2%포인트 높은 캐나다는 세금이 쎈 나라로 보인다. 그러나 OECD평균 VAT는 2022년 기준 19.2%로, 캐나다도 사실 낮은 나라에 속한다.

 

국가가 책임질거라 믿지마라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란 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믿었다가, 실제 거주자는 학자금 융자 문제와 노후 준비의 부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학 합격 후, 학자금 융자를 이용해 이민자나 시민권자는 일단 학교는 다닐 수 있다.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지 6개월이 지나 학자금 융자 상환 기간이 시작되면서 불거진다. 2022년 기준 평균 3만 달러 학자금 융자에 금리 6.8%, 최대 상환기간 10개월을 적용하면 월 340달러를 갚아야 한다. 평균 3만 달러는 그야말로 평균이고, 학비가 더 많이 드는 의학이나 법학 계통에 진학하면 갚아야할 비용은 더 많다. RESP같은 교육 자금 투자제도/상품이 왜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가?

 

또한 캐나다의 공립 연금제도는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건실하나, 실제로 캐나다에서 순탄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내 집이 있더라도 재산세나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밴쿠버 거주는, 집을 처분하거나 역몰기지를 얻지 않는 한 공립 연금에 의존해 살기는 어렵다. 소도시에서 그냥 숨쉬고 살 수준이다. 따라서 캐나다에서 계속 살 거라면, 혹은 노년에 한국으로 귀국을 생각한다고 해도, 개인 투자를 통해 노후 준비를 해두는 게 상당히 필요하다.

 

캐나다정부가 왜 RRSP나 TFSA같은 제도를 만들었고, 적어도 3명 중 1명이 RRSP에 투자하는 현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인 이민 1세 중에서 캐나다의 노후 보장론을 믿었다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부디, 캐나다에서 산다고 국가가 책임질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으로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인생이 쉽지 않은 건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사족, 사회주의자가 아예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캐나다 정당 중 신민주당(New Democratic party 약칭 NDP)은 사민주의 계열의 정당이다. 연방에서는 거의 만년 제3당으로 지지율 상위 2개 정당이 거의 동수일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큰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즉, 2020년대 들어서는 좀 힘을 쓰는 정당이 되긴 했다. 한편 주단위로 보면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처럼 NDP가 주의회 다수를 차지해 집권한 곳도 있다.

신민주당은 과세/국채를 통한 복지 확대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한다. 허나, 캐나다나 주정부 경제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복지확대를 한다고 해도,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달성한 적은 없으며,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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