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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 캐나다인에게 안 통할 이유

캐나다 사회

by 조이밴 2025. 3. 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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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유명한 분, 1946년생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하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말은 국권 침해로 대부분의 캐나다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여론 조사를 보면 캐나다인 80~90%가 미국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캐나다인이 반대 의견에 따라 미국산 구매 중단 등 전에는 볼 수 없던 행동으로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통치 방식을 과거 식민지와 현재의 방식을 보아 대강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인에게 미국 합병 또는 미국 일부 주와 연합국 형성은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도 미국이 캐나다를 합병하려 한 전례가 있으며, 18세기 미국 독립전쟁과 1812년 전쟁 당시에도 그러한 시도가 있었다.

 

캐나다 총리 집무실. 자료원= Parliament of Canada



맥킨리 관세를 통한 합병 시도

1890년에는 캐나다 상품 등에 50% 고세율을 부과하는 매킨리 관세를 통해 캐나다 합병을 노린 적이 있지만, 이는 실패했다. 당시 영국에서 새로 독립해 연방을 결성한 캐나다는 동과 서를 기차로 연결해 물류와 인구 이동을 늘리면서 미국 대신 동서로 시장을 확장했고, 또한 각 주 사이에 국가로서의 연대감을 높였다. 이번에 매킨리 관세와 비슷한 방식을 트럼프가 다시 들고 나온 상황에서,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고속철로 캐나다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캐나다 독립 초기의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닉슨 쇼크를 유발한 미국 관세

미국의 캐나다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시도는 매킨리 관세를 포함해 실패로 돌아갔지만, 미국의 시도는 더 있었다. 가장 최근의 실패는 1970년대 닉슨 쇼크다. 닉슨 쇼크는 미 달러화의 금 태환 포기 선언의 결과로 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배경이 된 정책 내용을 더 들여다보면 캐나다산을 포함한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있다. 이 관세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단 4개월 만에 폐지됐고, 캐나다와 미국은 이후 자유무역의 길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게 됐다. 닉슨 쇼크는 일정 부분 또는 상당 부분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배경 중 하나다.

가정1. 합병 할 경우: 캐나다 달러의 폭락과 재산 가치 상실 가능성

일련의 역사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만약 합병이 된다면 어떨까? 미국 내 재산이 없는 캐나다인은 경제적으로 몰락할 수 있다. 합병이 결정되는 순간, 일단 캐나다인의 달러 유통이 동결되고, 이후 가치가 녹아버릴 가능성이 높다. 사실 화폐의 지불 보증 주체가 없으면 그저 종이 조각(캐나다의 경우 폴리머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쇄 효과로 캐나다 달러로 된 재산의 가치는 곤두박질치게 되며, 이는 미국 자본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이런 상황은 과거 식민지 점령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된 역사다. 미국이 원하는 건 캐나다의 자원과 재산이지, 미국인보다 좀 더 진보적 사유가 강한 캐나다인 유권자는 아니다.

가정2. 합병할 경우: 사회 안정망 해체 가능성

또한 캐나다 정부가 보장해주던 사회 안전망은 사라진다. 불편하다는 비판도 받지만, 미국과 가장 큰 차이점인 공립 의료 제도가 작동을 중단하게 된다. 의료 수가의 지급 주체인 연방-주 정부가 사라지거나 혹은 재편하면서 발생하는 혼란 동안 시스템 작동이 중단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또한 연금 역시 마찬가지로 적어도 일정 기간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결국 이는 노년 인구가 많은 캐나다에는 엄청난 재앙이다. 의료 제도가 완전 미국식으로 전환된다면, 일부 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종합 보험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해도, 대다수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가정3. 합병할 경우: 참정권의 제한 가능성

위 두 가지 상황을 뒤집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캐나다인도 미국인과 동등한 참정권을 가져야 한다. 의견을 대신 정책에 반영해줄 정치인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나서 나이 먹으면 주어지는 참정권은 별거 아닌 듯하나,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권리를 보장해주는 중요한 권한이다.

3억 4,000만 명의 미국에 4,100만 명의 캐나다가 합병되면, 앞서 재산권을 침해당한 캐나다인 대부분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지를 통해 다시 캐나다를 해방하거나 혹은 미국 전체의 정치 방향을 개혁하도록 움직일 수도 있다. 이때 캐나다인 유권자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13~14% 비율을 차지해 소위 결정적 투표(casting vote) 그룹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트럼프 대 카밀라 대선에서 득표율은 각각 49.8%대 48.3%로 단 1.5% 차이다. 대선이 아니라 총선으로 한다면 민주당에 캐나다인 그룹은 다수 의석을 줄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 미국의 현 정부는 캐나다인의 투표권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맞춰서 제한할 수 있다. 지방자치를 위한 투표권은 주지만, 연방 총선과 대선은 미국 본토로 넘어와서 일정 기간 거주해야지 연방 투표권을 주는 방식이다.

이는 투표권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을 뽑을 권리는 없앤 방식이다. 즉 푸에르토리코인은 미국의 통치를 받지만, 그 통치의 방향을 정할 권리는 없다.

민주국가 국민의 긍지와 권리

민주주의 국가의 그것도 G7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 국민에게 국권을 내놓으라는 말처럼 황당한 일도 없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 즉 나와 나의 자손에게 운명의 결정권한을 내놓으라는 얘기와 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인 중에는 합병/병합을 공공연하게 찬성하는 사람들을 반역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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