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지지 집회

[오피니언] 캐나다안 우크라이나계를 보라

밴쿠버에서 기자로 오랫동안 살면서, 캐나다 국내 우크라이나계 활동을 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밴쿠버의 우크라이나계는 부활절 계란 전시와 전통 무용단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계가 만드는 부활절 계란은 예술품이다.

사실 우크라이나계는 이민 역사가 19세기 말 20세기 초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인이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의 아이덴티티가 더 강하다. 이민 3~4세가 중심이라 정서적으로 타국에 사는 디아스포라이기보다는 캐나다인의 일원이다. 문화 단체 운영은 캐나다인으로 우크라이나인의 뿌리를 보존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차원으로 보였다. 모여서 즐겁게 파티도 하지만, 모아서 소소하게 기부금도 내고, 자원봉사도 하는 등, 캐나다인 그 자체였다.

빠르게 시스템을 따라 전달된 준비된 요구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지자, 이들은 통합돼 있는 의견 수렴 시스템을 따라 효율적으로 또는 캐나다식으로 움직였다. UCC라고 캐나다 전국의 우크라이나계 단체들이 엄브렐라조직으로 만든 협의체에서 의견을 냈다. 세 가지였다. 캐나다의 시스템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성금을 모아 보내고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수용해달라. 그리고 우크라이나계는 캐나다 각 도시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전쟁 발발 다음날부터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구체적인 요구와 행동의 결실

이들은 트루도 총리 등과 빠르게 접촉했고, 그 자리에서 피난민 수용을 위한 상당히 구체적인 요구들을 정리해 내밀었다. 전쟁 발발 하루 만에 나온 거다. 미리 의논하고 정리해 준비해두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하다. 이 요구는 일주일 만에 수용됐다. 또한 그 사이 캐나다 적십자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성금 창구로 나섰고, 캐나다 정부는 맞기부를 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단체만의 모금이나 한 지역 단체의 요청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대규모로 역할을 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우리 사회의 숨은 노력이 좀 더 모아지고 연결되기를 희망

이 대목에서 한인 단체의 역할을 떠올린다. 우리는 UCC처럼 캐나다 전국의 한인들이 의견을 모아 캐나다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할 창구가 있는가? 우리는 만약 조국의 혹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단합해 도울 조직이 있는가? 우리는 우리에게 발생한 부당한 일에 대해 함께 대처하는, 자기 민족에 대한 관용을 품고 노력을 해왔는가? 한인 이민 역사도 이제 70년, 두 세대가 넘어가는 시점에, 한인 사회는 뜻있는 분들이 곳곳에서 숨은 노력을 해왔지만 모아지고 연결되지 않아 멈춰있다는 느낌이 있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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