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의견] 밴쿠버 관광 명소라지만, 정말 한국 사람이 좋아할까?

매년 여름 밴쿠버를 소개하는 여러 안내서나 기사, 책자를 보면 누군가 이런 얘기는 한 번 쯤 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목록이 있다.

  • 밴쿠버 수족관(Vancouver Aquarium)
  • UBC인류학 박물관(The Museum of Anthropology)
  • 사이언스 월드(Science World)
  • H.R. 맥밀란 스페이스 센터(H.R. Macmillan Space Centre)
  • 밴쿠버 아트갤러리(Vancouver Art Gallery)

자, 이들 장소의 공통점은 방문객 취향이나 나이에 따라 영 아닌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간과 비용 낭비라고 느낄 수 있다. 일단 관람객 눈높이를 고려해봐야 하는 장소로 밴쿠버 수족관, 사이언스 월드, H.R. 맥밀런 스페이스 센터가 있다. 여기는 초등학생 저학년이 아니라면, 혹은 관심 있는 특별 전시회가 열리는 게 아니라면 일반 관광객은 건너뛰어도 괜찮다. 특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더욱 재미는 반감된다. 게다가 서울의 시설이 워낙 훌륭해서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 서울에서 온 초등학교 5학년이 이렇게 말했다. “데려와 주셔서 감사하지만, 너무 옛날 거 같아요”
맥밀란 스페이스 센터는, 혹시 ‘적색편이(red shift)’라는 용어에 무척 흥미가 있다면 가보라. 우주와 천문학, 또는 별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밴쿠버 유일의 플레넷터리움에서 아이들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내 옆자리 대학생 쯤 돼 보이는 유학생들은 “어휴… 이게 뭐야”라고 속삭였다.
UBC 인류학 박물관은 현지 초등학교 3~4학년생에게 적당하다. 왜냐면 대체로 원주민 생활상과 미술에 대해 배울 무렵이기 때문이다. 너무 어리면 박물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어른에게 UBC 인류학 박물관은 훌륭한 장소다. 특히 밴쿠버에 계속 살 거라면, 원주민 역사와 문화에 대해 진지한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박물관에는 서부 캐나다 원주민의 작품이 다수 보존돼 있는데, 상당히 멋진 작품이 많다. 원주민 전래 이야기와 맞물린 빌 레이드의 작품은 대단하다. 특히 미술이나 인류학에 관심이 있다면 정말 가볼 만 하다. 그러나 그 부분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시간과 비용이 아까울 수 있다. 한 노부부가 박물관에서 입장한지 15분쯤 지나서 세번 쯤 말했다. “여기가 그러니까 그 유명한 박물관이죠. 이 근처에 혹시 차라도 마실 데가 있을까요?”
밴쿠버 아트갤러리는, 밴쿠버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그러나 평소에 미술 작품에 별 관심이 없거나 화랑을 다니지 않았다면, 장담하건대 지루할 수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 전시회가 아니라면, 관광 안내서 묘사처럼 꼭 봐야할 요소는 아니다. 다만 추천하고 싶은 건 여름(6~8월)과 매주 일요일에 12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무료 미술 체험 행사가 있다.

  • 밴듀슨 보태니컬 가든 (VanDusen Botanical Garden)
  • 닥터 선얏센 클래시컬 차이니즈 가든 (Dr. Sun Yat-Sen Classical Chinese Garden)

기초적이며 상식적인 질문 하나. “7~8월 여름 불볕더위 아래, 열대의 꽃을 제외하고, 꽃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물론 늦봄에서 초여름(5~6월) 또는 가을(9~10월)의 정원은 특히 아름답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공원도 한 번쯤은 걸어 볼 만하다. 또 선얏센 가든에 가보기 전에 자문자답을 꼭 해보면 좋겠다. “아주 작은 중국풍 정원을 내가 좋아할까?”
몇 가지 더 얘기하자면, 별다른 목적없이 랍슨가에 갔을 때 재밌는 게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또 이제는 개스타운에 증기 시계를 가장한 전기 시계 외에도 관광객을 홀릴 거리를 추가할 때도 됐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이 목록을 좀 고칠 때도 된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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