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사회주의 국가로 생각하는 건 한국인의 대표적인 착각이다.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고? 착각을 멈춰야 하는 이유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고 믿는 건, 한국인의 대표적인 착각이다. 물론 이런 착각을 캐나다 살지 않는 사람이 한다면 그다지 해롭지 않다. 그러나 캐나다에 사는 사람이, 혹은 살 계획인 사람이 사회주의 국가로 착각하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본인에게 무척 해롭다.

복지국가는 사회주의 국가?

일단 사회주의 캐나다로 오해받는 배경에는 일부 미국인 정치인의 오해가 있다. 초자본주의 미국에서 캐나다의 사회복지 제도는 충분히 사회주의 국가로 오해받기 좋을 수준이다. 게다가 종종 캐나다인이 공립 의료보험, 연금 제도에 대해 미국보다 잘 정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지를 보이다 보니, 미국에 비해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로 비춰진다.

실제로 캐나다가 사회주의 복지 천국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간단하게 OECD 평균 사회비용 지출을 보면 GDP대비 21.1%다. 캐나다는 평균보다 높은 24.9%로 일본과 동률이다. 이는 미국(22.7%)보다 약간 높고, 한국(14.8%)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사회비용 비율이 너무 낮아 캐나다가 상당히 높아 보이는 착시일 뿐, 프랑스(31.6%)나 독일(26.7%)에 비하면 캐나다도 낮은 편이다.

자료: Social protection – Social spending – OECD Data

캐나다 세금 부담, 한국보다 적다?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며 세금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사실 세율을 기준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분류할 수 없다. 또한 두 나라의 세율을 단순 비교하는 건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 예컨대 캐나다의 개인소득세율은 한국보다 높아 보이지만, 실상 캐나다의 소득세 안에는, 한국인은 따로내는 의료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 OECD가 발표하는 국가별 종합 실효세율을 들여다보자. 종합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나 감면을 적용해,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이다. 2022년 기준 캐나다가 23.8%로 한국의 25.9%보다 낮다. 두 나라 모두 미국 22.4%나 중국 23%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이 캐나다, 미국, 중국보다 세율이 더 높으니, 좀 더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나? 세율을 기준으로 사회주의 운운하는 게 잘못된 거다. 참고로 일본은 28.4%다.

자료: Effective Tax Rates (oecd.org)

보너스, VAT에 의한 착시

단기간 캐나다 방문객 중에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 시 12~13% 세율 부가가치세(VAT)를 경험하고는, 복지 때문에 캐나다 세금이 높다는 주장/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부가가치세(VAT) 세율 10%보다 훨씬 높고, 캐나다의 경우, 세금이 아예 영수증에 따로 표시돼 눈에 보이는 조세저항감도 크다. 게다가 한국인이 많이 가는 미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의 VAT 역시 10%대로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2%포인트 높은 캐나다는 세금이 쎈 나라로 보인다. 그러나 OECD평균 VAT는 2022년 기준 19.2%로, 캐나다도 사실 낮은 나라에 속한다.

국가가 책임질거라 믿지마라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란 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국가가 책임져 줄거라고 믿는 캐나다 거주 한인 일부에게서 학자금 융자와 노후 준비의 부재 문제로 고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학 합격 후, 학자금 융자를 이용해 이민자나 시민권자는 일단 학교는 다닐 수 있다.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지 6개월이 지나 학자금 융자 상환 기간이 시작되면서 불거진다. 2022년 기준 평균 3만 달러 학자금 융자에 금리 6.8%, 최대 상환기간 10년을 적용하면 월 340달러를 갚아야 한다. 평균 3만 달러는 그야말로 평균이고, 학비가 더 많이 드는 학과에서 공부했거나, 생활비를 융자를 받아 썼다면,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진다. RESP같은 장기 교육 자금 투자제도/상품이 왜 있는지 이만하면 이해되지 않는가?

또한 캐나다의 공립 연금제도는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건실하나, 실제로 캐나다에서 순탄한 노후 생활을 보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내 집이 있더라도 재산세나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밴쿠버 거주는, 집을 처분하거나 역모기지론을 얻지 않는 한 공립 연금만으로 살기는 어렵다. 소도시에서 그냥 숨쉬고 살 수준이다. 따라서 캐나다에서 계속 살 거라면, 혹은 노년에 한국으로 귀국을 생각한다고 해도, 개인 투자를 통해 노후 준비를 해두는 게 꼭 필요하다. 캐나다정부가 왜 RRSP나 TFSA같은 제도를 만들었고, 적어도 3명 중 1명이 RRSP에 투자하는 현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인 이민 1세 중에서 캐나다의 노후 보장을 믿었다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다.

부디, 캐나다에서 산다고 국가가 책임질 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조이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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