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코비드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캐나다인은 사회적 접촉을 제한하라는 메시지를 듣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예방 접종 차례를 기다리면서, 팬데믹의 끝이 가까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앵거스리드가 2021년 연말 캐나다 여론 설문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연말 상황 묘사는 2020년과 같다.

2020년 연말에 그해 10월 인도에서 최초 발견된 델타변이가 기승을 부렸다면, 2021년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최초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라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 캐나다인이, 5세 이상 인구 중 근 81%가 12월 30일 기준 코비드 백신 2차 접종을 끝낸 상태에서, 2021년 연말 3차, 부스터샷 접종을 기다리는 점도 약간의 차이다.

코비드바이러스는 캐나다 의료시스템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 결과 2021년 캐나다 사회 5대 이슈 중 1위는 보건(43% 선택), 3위는 코로나바이러스/코비드19 대응(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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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BC주에서는 5세~12세 대상 코비드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사진=BC주정부

기후 변화 체감하면서 우려 여론 커져

이 가운데 캐나다인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를 경험하고, 환경과 기후변화(36%)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환경과 기후변화는 2021년 캐나다인의 관심사 2위에 올랐다.

메트로밴쿠버를 포함한 캐나다 서부에서는 6월부터 7월 사이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해 수 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량의 해양 생물 폐사도 발생했다.

산불 역시 BC주를 포함한 많은 지역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BC주 린턴은 6월 30일 산불로 마을 90%가 파괴되는 참상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산불은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일으켜 폭염에 지친 사람들을 더욱 괴롭혔다.

일련의 재난은 캐나다 연방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환경 정책을 강조한 자유당(LPC)이 9월 20일 연방총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노린 기회주의적 선택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집권한 배경이 됐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촉발된 재해는 끝이 아니었다. 11월 BC주 남부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곳곳에서 진흙사태와 시설 파괴를 불러와 연말까지도 일부 지역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한 해만 있을 일이 아니라, 메트로밴쿠버만 놓고 볼 때 앞으로도 봄철 가뭄, 초여름 폭염, 앞당겨지고 더 규모가 커진 산불 시즌, 겨울 호우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이 가운데 몇 가지 장기적인 환경 정책을 발표했다.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총량제 도입과 2030년까지 단계적인 발전용 석탄 수출 및 사용 금지를 내놓았다.

다만 환경 정책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11월 시행한 앵거스리드 설문 결과를 보면 캐나다인 52%는 현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30%는 정책이 과하다고 보고 있다.
2022년에도 캐나다에서 환경 정책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며, 특히 탄소세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보수당은 생활비 인상을 우려해 탄소세 동결을, 자유당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BC주 한정으로 12월 홍수 피해 발생 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시설 개선을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 하에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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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2일 침수된 애보츠포드 일대 항공사진. 사진=BC주정부

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금리

주거 비용 접근성(27%)과 경제(25%)는 2021년 캐나다인 관심사 4위와 5위에 각각 올랐다.
특히 2022년까지 이어질 캐나다인의 고민거리로는 물가 상승이 있다.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특히 10월과 11월에 각각 연 4.7% 상승을 기록했다.
2003년 2월 이래 캐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0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캐나다인 5명 중 4명은 소득 상승이 생필품 가격 상승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고민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식료품 비용이 약 1,000달러 늘어날 거로 예상된 2022년에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집값의 상승이다. 지난 20년 사이 캐나다의 집값은 평균 375% 올랐다. 다만 집값 상승이 모두에게 고민거리는 아니다.

앵거스리드 설문을 보면 계속 자신이 보유한 집값이 오르기를 원하는 계층(40%), 집값이 내려 구매 기회를 바라는 계층(39%), 집 값에 크게 관심이 없는 계층(21%)으로 캐나다인 여론은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캐나다은행은 2022년 중반까지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해 새로운 변수가 됐다.
2021년 10월 여론 조사에서 캐나다인 53%는 만약 2%포인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고 응답했다. 또한 22%는 금리 인상이 가계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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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프 맥컬럼 캐나다은행 총재는 2021년 5월 캐나다 경제의 최대 약점은 높은 가계 부채와 주택 시장 불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2022년 금리 인상 예고가 나오면서 캐나다의 경제적 약점을 어디까지 당국이 개입해 수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사진=캐나다은행/BOC

공급망 장애와 공급망 변화

목재가 풍부한 캐나다에서 2021년 봄 목재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공급망 장애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캐나다주택건축가협회(CHBA)는 2018년 이래 기본 목재인 투바이포 각목 가격이 2배 올라 주택 자재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원인은 코비드19로 인해 제재소가 휴업했기 때문이었다. 업계는 이 상황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목재 부족은 2021년 10월 목재 팔레트 부족 사태를 일으켰다. 북미에서 화물 운반 시 흔히 쓰이는 목재 팔레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캐나다 화물협회는 공급망 장애 우려 성명을 11월 발표했다.
캐나다 트럭 화물의 90%가 목재 팔레트 위에 올려져 운송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망 장애는 여러 분야에서 때로는 단기적으로, 또는 특정 지역에, 혹은 일부 상품에 한정해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마그나는 10월 부품 수급 문제로 2021년 수익이 약 3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인지할 규모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베트남에 공장을 둔 의류업체 중 나이키와 얼반아웃피터스는 올여름 공급망 장애를 경험했다.

페인트 제조회사 아크조노벨은 청색 페인트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받지 못해 현재 2022년 중반까지 청색 페인트는 구하기 힘들 전망이다.

BC주에서는 11월 한 때 우유와 소고기가 일부 지역에서 홍수로 품귀 현상을 겪었다.

12월 중순에는 갑자기 크림치즈의 품귀 현상이 발생해 주요 제조사인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사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며 대체 상품 판매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부품이나 원자재 공급이 중단돼 갑작스럽게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이 어려워지는 이러한 공급망 장애는 2021년에도, 코비드19 상황과 인력 수급, 외교적 상황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캐나다 경제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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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치즈케익의 주재료인 크림 치즈가 품귀 현상을 겪었다. 사진=Arla Foods

근무 형태의 변화: 자택 근무 선호

코비드19는 캐나다 국내 자택 근무를 크게 늘렸다.

2021년 8월 기준 캐나다 근로자 20%가 자택 근무를 했다. 이 비율은 2020년 4월 40%에 비하면 반으로 감소한 상태지만, 2016년 3.6%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자택 근무 일반화 현상은 사무실보다 자택에서 근로자들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증명을 보여주는 동시에, 직원의 선호에 따른 고용주의 양보이기도 하다고 앵거스리드는 분석했다.

2021년 8월 자택 근무자 대상 설문에서, 만약 사무실로 다시 출근해야 한다면 44%는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한 응답이 이런 추세의 밑바탕을 보여준다.

또한 물가 상승과 인력난이 겹치면서, 캐나다 근로자들은 자택 근무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최소한 고용 조건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상태다.

캐나다 통계청은 2021년 10월 캐나다 일자리의 약 40%는 자택 근무로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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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캐나다 국내 자택 근무자가 전체 근로자의 20%를 차지했다. 2020년보다는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크게 증가했다.

반중 감정의 증가: 사상 최저 우호도 10%

캐나다 국내에서 우호도가 가장 크게 추락한 국가는 중국이다. 2005년 여론조사 당시 캐나다인 58%는 중국에 대해 자신이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58%는 중국에 대한 캐나다인의 호의가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 수치다. 이후 매년 중국에 대한 우호도는 계속 하락했다.

2021년 10월에는 최저치인 10%를 기록했다. 12월 여론조사에서 16%로 다시 반등하기는 했지만, 중국을 좋아하는 캐나다인은 여전히 소수다.

캐나다인의 대중 감정 악화는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밴쿠버 국제공항 체포 후, 중국이 보복으로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페이버씨를 체포 억류하면서 부터다.

이른바 두 마이클 사건은, 2021년 멍 부회장의 구속 취소 및 중국 귀국과 이후 두 마이클의 캐나다 귀국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중국에 대한 우호도가 사상 최저치 10%에서 16%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양국 외교 관계에 여전히 큰 상처를 남겼다.

2021년 2월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는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12월 선언했다.

캐나다인 다수가 외교적 보이콧을 지지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러한 캐나다의 행보를, 때로는 외교적 결례가 있는 표현을 써가며, 경고한 상태다.

향후 5G 도입과 관련해 캐나다 기업의 중국 업체 선택 여부가 2022년의 또 다른 대중 관계 리트머스지가 될 전망이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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