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캐나다 참전용사 마스크 전달식

한국의 참전용사 마스크 보은, 캐나다 각료들은 숨기려 했다

연방 자유당(LPC) 소속 관료들이 2020년 5월 회의를 통해 한국 정부로부터 마스크를 받은 6.25참전용사와 관련한 보도 축소를 관련 부처에 요구한 사실이 4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 보도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앞서 2020년 5월 캐나다에 사는 한국전 참전용사 5,900명에게 감사의 의미로 약 3만5,000장의 KF94 마스크를 전달했다. KF94는 N95와 동급 성능을 가진 의료용 마스크다. 한국 정부는 평균 연령 88세인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보은의 의미로 한 활동이었다.

그러나 자유당 소속 관료들은 이런 한국의 보은 활동이 자신들의 무능력과 대비돼 보이는 상황을 우려했다. 당시 자유당 관료들은 N95 마스크 등 개인용 보호장비(PPE) 확보 난항으로 의료진에 대한 공급이 어려웠는데 이런 실정과 한국의 활동은 대비돼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PPE 조달 난항 상태

캐나다 조달부는 지난해 PPE 부족 경고를 무시했고, 미국 업체의 N95 마스크 공급 제의를 거절했다가 5월에는 일선 의료진에게 PPE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공급 우선 원칙에 따라 미국산 PPE를 조달하려다가 실패했고, 중국산 의료 마스크 100만 장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가 품질 문제로 폐기하는 등 국내 여론의 비판을 받던 시기였다. CBC는 “보급품이 너무 적어서 일부 의료 종사자들은 전자레인지로 마스크를 소독해 쓰던 시기였다”라고 보도했다.

연방 하원 보건 위원회에 각료들의 논의 공개돼

CBC는 연방 하원 보건 위원회에 지난 주 제출된 문서들을 근거로 보도했다. 자유당 소속의 주로 커뮤니케이션(공보) 담당 관리 사이에서 오간 이메일은 캐나다보훈부(VAC)에 한국의 지원 발표를 경시하고, 기부 뉴스는 소셜미디어 포스트로 격하해 언론의 관련 질의를 피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한 관리는 한국이 마련한 마스크를 다른 이들에게 재분배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저스틴 트루도 총리의 자문 보좌역인, 한국계 사브리나 김 국정 상황 자문관은 지난 5월 20일 이메일로 공보 담당자들에게 한국의 보은이 캐나다 정부가 처한 상황과 대비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 자문관은 이메일에서 “일부 이목을 끌지 않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식 뉴스 발표보다) 캐나다의 감사를 표하는 게, N95 마스크에 관한 (캐나다 언론의) 질문을 줄일 거로 보인다”라고 적었다.

여기에 대해 캐스린 데이비스 외교 정책 선임 자문관 역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면 한국 정부에 대한 감사를 공식 뉴스로 발표하는 일은 취소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논의 중에 앤드류 맥켄드릭 총리실 공보기획관은 캐나다 보건부나 PHAC(캐나다 공중 보건기구)가 한국의 기부를 중단시키고, 대신 이를 다른 수요가 있는 곳으로 공급하게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존 엠버리 캐나다 보훈부 공보국장에게 물었다.

여기에 대해 트레비스 고던 캐나다 보건부 선임 정책 고문관은 연방정부가 쉽게 기부를 가로채서 부족한 곳에 보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엠버리 공보국장은 이런 의견이 오간 끝에 결국 한국 정부의 보은에 대한 공식 뉴스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주캐나다 한국 대사관에는 기부에 대한 공개를 5월 21일 트루도 총리의 기자회견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주캐나다 한국 대사관은 5월 21일에 참전용사 마스크 전달식을 했다. 이 자리에는 로렌스 맥올리 캐나다 보훈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고, 월트 내틴직 차관이 참석했다. 또한 전달식 내용은 캐나다 관련 부처 언급없이 22일 대사관을 통해 발표됐다. CBC는 관련 내용이 주요 언론에 뒤늦게 기사화됐다고 보도했다.

야당, 정부 행위 비판

존 브래서드 캐나다 보수당(CPC) 보훈부 논평담당 하원의원은 4일 “정부가 노년의 참전용사에게 주어진 마스크를 압수 검토를 했다는 점은 지독하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브래서드 의원은 “이건 선물이었다”라며 “한국 정부가 한국 동란에서 복무한 노년의 캐나다 참전용사를 위한 선물이었다”라고 정부의 선물 빼앗기 검토에 대해 비판했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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