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치현과 벗님들’은 ‘집시여인’을 노래했다. 이 노래는 ‘집시’의 이미지를 한국에서 대중화했다.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주인공 카르멘 역시 ‘집시 여인’이다.
그러나 ‘집시’는 표현은 흑인을 대상으로 소위 ‘N워드’로 부르는 거와 마찬가지 효과를 내는 멸칭이다. ‘집시’라고 당사자 앞에서 호칭하면, 불같이 화내며 욕설을 퍼부을 수 있다. 믿어도 좋다. 글쓴이의 경험이다. 난민 관련 취재 중에 순전히 글쓴이의 무지로 봉변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 인정하는 호칭은, ‘Roma’ 또는 ‘Romani’이다. 국명 로마(Rome)와 한국인에게는 같게 들리지만, 역사적 관계는 전혀없다. 로마니는 약 1,000년 전 이란이 사산 제국일 때, 인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가수, 음악가를 돔바(domba)라고 불렀는데, 이게 로마니로 변화했다는 설이 있다.
로마니의 언어로 ‘Rom’은 남자를 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집시 여인, 즉 여자는 ‘Romni’다. 최근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로마니에게 남아시아계 고유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한다. 다만 1,000년 사이 유럽-중동에서 토착화해 혼혈이 대부분이다.
로마니가 인도에서 사산 제국(현재 이란)으로 넘어온 배경에는 이란의 왕이 가난한 백성이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걸 안타깝게 여겨, 일상에서 음악을 할 사람을 인도 왕에게 요청해 데려왔다는 전설이 있다. 원래 이란 왕은 이들에게 작물과 양을 주어 재배하고 정착하길 바랬다고. 그러나 1년 만에 종자 작물과 가축을 다 먹고서는 왕궁에 다시 나타나자, 왕은 격노하며 내쫓아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 방랑하게된 로마니가 유럽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데, 전설이지, 정설은 아니다.
한편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집시’는 낭만적인 유랑집단이란 의미로 쓰일 수 있지만, 유럽계와 그 문화의 후신인 북미에서 ‘집시’는 좀도둑이나 사기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단어라고 한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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