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총선 결과

[총선 결과 분석] 다시 자유당 소수정부, 그러나 정치판에는 균열

캐나다 제44대 연방총선 결과는 앞서 43대와 거의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다만 향후 정치적 판도를 바꿀만한 미세한 균열도 함께 발생했다.

[총선 결과 분석] 다시 자유당 소수정부, 그러나 정치판에는 균열 LPC 210921
저스틴 트루도 자유당 대표가 총선 승리 후 지하철역에서 시민과 감사인사를 나누는 행사를 21일 아침에도 진행했다. 사진=자유당

자유당 트루도 대표의 오판

자유당(LPC)은 170석 이상을 목표했지만, 초동 계표 결과 158석을 확보해 이전 총선의 157석보다 1석을 늘리는데 그쳤다.
43대와 44대 사이의 보궐 선거 결과까지 고려하면 자유당 의석은 3석이 늘었다.

자유당의 총득표율은 32.3%로 보수당(CPC)의 33.9%에 밀렸다. 선거구마다 1등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가 자유당을 살린 셈이다.

저스틴 트루도 자유당(LPC) 당대표는 20일 오후 11시경 연방총선 승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소셜 미디어로 전했다.

트루도 당대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자유당 팀을 신임하고, 더 밝은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투표한 캐나다, 여러분께 감사한다”라면서 “우리는 코비드와 싸움을 끝내고, 모두를 위해, 캐나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겠다”라고 했다.

다시 총리에 취임하게 될 트루도 당대표는 이번에 자신과 자유당의 인기에 대해 오판했다. ‘소수에게 인기 있긴 하나, 국민 다수가 그의 정책과 노선의 팬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트루도 당대표에게 전달하는 데 든 선거비용 6억 달러도 오롯이 그의 책임으로 남게 됐다.

이번 총선에 교훈이 있다면, 트루도 당대표는 차기 45대 총선 결정은 좀 더 신중해질 전망이다.

[총선 결과 분석] 다시 자유당 소수정부, 그러나 정치판에는 균열 CPC 210921
에린 오툴 보수당 당대표가 20일 밤 총선 결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의석수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보수 진영의 균열이 발견된 총선이었다.

미묘한 입장 처한 보수당

보수당(CPC)은 119석을 확보해 지난 총선보다 2석을 잃었다. 다만 총선 사이에 있었던 보궐선거 결과를 고려한다면 보수당은 의석 수를 유지했다.

게다가 보수당은 이번에도 총득표율에서 자유당보다 1.6% 포인트 앞섰지만, 당선자수에 밀려 정권을 창출하지 못한 모습도 지난 총선과 같다.

전진도 후퇴도 아닌 자리를 지킨 상황 때문에 에린 오툴 보수당 당대표의 입지가 미묘해질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 지지자 일부의 피플스파티(PPC)로 이탈과 좀 더 강경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라는 주장은 오툴 당대표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 있다.

그간 오툴 당대표는 친환경 정책이나 코비드 백신 공급∙접종에 적극적인 인물로 중도에 가까운 행보를 많이 보여줬다. 물론 외교 면에서 오툴 당대표는 군사 동맹인 오커스와 쿼드 가입과 중국과 관계 재설정(리셋) 등 외교적 우파 강경론을 펼쳤지만, 내치에 있어서는 중도를 지켰다. 결과적으로 다음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의 제자리걸음에 대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보수당은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에서 4석을 상실했다. 43대 BC주에서 17석을 얻었던 보수당은 44대에 13석을 얻었다.

보수당은 코비드와 산불로 두 가지 비상사태가 동시 진행 중인 BC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총선 결정을 내린 트루도 당대표를 비판하는데 집중했다. 소위 자유당이 중∙동부 유권자에만 집중해 서부를 소홀히 한다는 서부 소외감을 카드로 들고 나왔지만, 통하지 않았다. 산불의 근원으로 지목된 기후변화, 즉 환경 관련 보수당의 공약은 BC주 민심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당선자 한 명 없지만, 주가 올린 피플스파티

캐나다판 트럼프 이미지를 가진 맥심 버니에 당대표가 이끄는 피플스파티는 이번 총선에서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버니에 당대표는 전통적 정치인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의 연대를 이번 연방총선에서 주장하면서, 다문화주의 지원 철회, 이민 축소, 기후변화 부정과 개입하지 않는 정부, 표현의 자유, 코비드 백신 접종 의무 철회와 백신 패스포트제 폐지를 내세웠다.

특히 백신 부분이 이번 총선에서 지지를 끌어냈다. 피플스파티 총득표율은 43대 1.62%로 의미를 갖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5.1%로 근 82만 명의 지지를 받았다.

인구가 많은 중부를 포함 퀘벡이나 자유당 강세 지역인 대서양 연안까지 캐나다 전역에서 3~6%의 지지율을 얻었다.

보수당과 피플스파티의 연대는 아직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만큼 둘 사이에 골은 깊다. 버니에 당대표가 일단 보수당 탈당파다. 일부 보수당 지지자는 극우를 품은 피플스파티를 같은 보수로 여기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 후에 보수 연대의 가능성, 또는 피플스파티 지지자를 다시 보수당으로 데려오려는 시도는 있을 거로 보인다. 보수당은 과거 보수 대통합으로 정권 창출을 성공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퀘벡당, 퀘벡의 맹주 재확인

퀘벡주에서만 후보를 내는 퀘벡당(BQ)은 34석으로 2석을 늘렸다. 작지만 큰 의미의 승리다.

퀘벡당은 연방-전국을 대표하는 정당 사이에서 오로지 퀘벡주만 대표하는 남다른 위치에 있다. 퀘벡당은 퀘벡 국가주의를 추구하는데, 퀘벡을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국가로 보고, 캐나다 연방 안에서 퀘벡주의 권한과 이득을 요구해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퀘벡 국가주의자는 90년대까지 분리 독립까지 표방했지만, 현재는 연방 안에 국가로 퀘벡이 더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퀘벡 국가주의만 연방주의자인 자유당과 다르고, 중도 진보 성향의 퀘벡당은 많은 부분 자유당과 코드가 맞는다.

이번에 다시 자유당이 소수 집권하면서, 자유당은 퀘벡당과 이브-프랑수아 블랑쉐 당대표에게 표를 빌릴 상황이다. 그때마다 퀘벡당은 전처럼 퀘벡을 위한 대가를 요구할 전망이다. 다만 요구가 연방주의자의 신경을 거스를 정도라면, 자유당은 신민주당(NDP)이라는 또 다른 파트너도 있다는 점을 퀘벡당에 상기시켜 줄 수도 있다.

[총선 결과 분석] 다시 자유당 소수정부, 그러나 정치판에는 균열 NDP 210921
적미트 싱 신민주당 당대표(우)가 유세 중인 모습. 이번 총선에서 신민주당은 진보 진영에서 자유당과 변별력 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사진=신민주당

신민주당의 포복 전진

진보 진영의 신민주당 역시 24석에서 25석으로 한 석을 늘렸다. 총득표율도 지난 총선 16%선에서 17.7%로 끌어올렸다. 적미트 싱 당대표의 입지를 지킬 작은 승리다. 신민주 당대표 자리는 집권 자유당과 원근 관계를 잘 조정해야 할 위치라는 점을 이번 총선이 다시 보여줬다.

신민주당은 앞으로도 중도 진보 자유당과 진보로서 변별성을 가질 수 있는 위치, 종종 자유당 법안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신민주당 의견도 반영할 수 있는 위치, 자유당 정책 실패 시, 신민주당까지 진보의 연대 보증인으로 휘말리지 않을 위치에 서야할 상황이다.

가끔 진보 야당 중에 파트너를 저울질하는 자유당을 가끔 도와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지만, 동시에 너무 드러나서 한 편으로 묶여서도 안되며, 총선에 대비해 신민주당은 따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만큼 뭔가 다르다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총선 중에 싱 당대표는 트루도 당대표가 총리로 번지르르한 말만 하고 실천을 안한다고 비판했는데, 역풍이 될 수도 있다. 다시 소수정부를 이끌게 된 트루도 당대표는 야당 탓을, 주로 진보라는 교집합을 가진 신민주당을 향해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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