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금요일)

러시아 고정 간첩 아들의 캐나다 시민권 소송

속지주의와 연좌제 금지 프레임 들고 나와

러시아 간첩의 캐나다 출생 아들들에 대한 캐나다 시민권 인정 여부 소송이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러시아 간첩의 아들, 바빌라프(Vavilov) 형제 재판은 새 사안은 아니다. 이미 두 차례 재판이 있었다. 바빌라프 형제에게 캐나다 국적을 주지 않으려면 정부를 상대로 이들은 1심은 패소, 2심은 승소했다. 2심 승소 판결에 연방 이민부가 항소를 했고, 연방 대법원이 5월 이를 받아들여 재판이 9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러시아 고정 간첩 부부의 캐나다 잠입

앞서 재판 자료를 보면 바빌라프 형제의 부모 본명은 안드레이 베즈루코프(Andrey Bezrukov)와 엘리나 바빌로바(Elena Vavilova)다.
이들은 KGB(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소속으로, 1980년대 말에 신분을 감추고 캐나다에 입국했다. 부부는 몬트리올에서 사망한 신생아 이름과 신분을 도용해 남편은 도널드 하워드 히스필드로, 부인은 트레이시 리 앤 폴리로 바꿨다. 부부는 도용한 신원으로 대학 교육을 마치고,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1990년 아들 티머시와 1994년 아들 알렉산더를 얻었다. 이후 일가는 1995년 캐나다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했고, 1999년까지 살다가 다시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일가가 여러 차례 이주하며 신분 세탁을 할 수 있던 건, 소련 해체 후에도 KGB 후신인 SVR(러시아 대외정보국)이 공들여 키운 고정간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1999년에 SVR 북미 담당 알렉산더 포테예프를 CIA가 포섭했고, 러시아 고정간첩 10명의 존재에 관해 확인했다. 미국 FBI는 감시 끝에 2010년에 10명을 모두 체포한다.

안드레이 베즈루코프와 엘리나 바빌로바
▲ 안드레이 베즈루코프와 엘리나 바빌로바. 사진=FBI 콜라주=JoyVancouver.com

체포된 바빌라프 형제 부모는 2010년 7월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처벌은 받지 않고, 미국-러시아 사이에 간첩 맞교환을 통해 러시아로 귀국하게 된다. 당시 부모가 러시아로 귀국할 때, 당시 16세와 20세 였던 바빌라프 형제도 캐나다 여권을 이용해 러시아로 갔다.

미국 정부 이어 캐나다 정부도 박탈 노력

미국 정부는 후속 조처로 2010년 12월 10일 일가의 미국 시민권과 여권을 동시에 박탈했다. 캐나다 정부도 바빌라프 형제에게 여권 발급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빌라프 형제는 아버지의 가짜 성이었던 히스필드를 버리고, 바빌라프로 개명했다.
형제는 온타리오 출생증명서 등을 개명해, 캐나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악용해 2013년에 캐나다 여권을 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당국은 2014년에 출생증명서 개명과 여권을 취소했다. 그러자 바빌라프 형제는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패배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속지주의와 연좌제 문제를 들고나와 승소했다. 캐나다 이민부는 즉각 상고해, 연방 대법원 올해 5월 상고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바빌라프 형제 변호사 프레임이 다르다

바빌라프 형제 변호사는 시민권 취소에 대해 두 가지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속지주의에 따른 캐나다 국적 부여와 연좌제 금지는 타당하므로 여권을 발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바빌라프 형제의 유능한 법무팀은 이번 사건을 마치 캐나다 정부가 속지주의를 포기하려는 재판처럼 포장하고 있다. 또한, 부모가 간첩이라고 해서 자녀가 처벌받는 연좌제는 금지라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이민부가 법원에 낸 항소신청서를 보면 속지주의나 연좌제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며, 이번 재판의 프레임을 달리 설명하고 있다.
시민권법 3조2항을 보면, 공무 수행차 캐나다에 거주한 외국 공무원의 자녀에게는 속지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캐나다 정부는 러시아 고정간첩을 러시아 공무원으로 보고, 그 자녀인 바빌라프 형제에게 캐나다 국적을 부여해서는 안 되다는 견해다. 고정간첩도 외국 공무원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살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5월 상고를 받아들이며 밝혔다.
또한, 연좌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2014년 바빌라프 형제가 새 여권을 신청할 때, 부모가 외국 국적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박탈해야 한다는 상대적으로 다른 논리를 펼치고 있다. 즉 여권 신청서에 허위 사실 기재가 문제다.

프레임대 법치의 싸움

속지주의 프레임은 바빌라프 형제 변호인이 들고나온 논리이지, 캐나다 정부의 논리는 아니다. 재판은 과연 고정간첩도 외국 국적 공무원으로 봐야 하느냐를 따지게 된다. 속지주의에 따라 캐나다 시민권을 부여받은 한인이 있다면, 당장 불안해할 일은 아니다. 다만 속지주의 예외 규정인 시민권법 3조를 법정 다툼의 여지 없이 더욱 다듬자는 개정 논의는 이미 2015년부터 등장한 상태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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