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은 추방되기 전 단계로 추방사전위험평가(Pre-Removal Risk Assessment∙ 약자 PRRA)를 신청할 수 있다. PRRA는 이민부 관리가 추방 대상자가 귀국했을 때, 위험성을 사전 평가하는 제도다.
난민 신청 등을 거절당한 사람이 최후의 방법으로 거치는 단계다. 여기서 이민부가 추방 시 대상자 신변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보호 대상자(protected person)가 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최근 PRRA에서 보호대상자 지정이 안 돼 추방대상이 된 한국인 사례를 소개 한다. 엄밀히 말해 H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다. 2009년 H씨는 딸과 함께 한국에서 캐나다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다. 신청 당시 H씨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이름과 다른 이름에, 생년월일을 달리하고, 북한 국적만 적어냈다. 이 난민 신청은 거절당했다. H씨가 제출한 증거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H씨는 PRRA를 신청했다. 이번에도 북한 국적만 밝혔고, 추방되면 학대와 박해당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 PRRA는 2013년에 모녀를 보호 대상자로 지정했다.

한국 국적 드러나 결정 뒤집혀

그러나 이 결정은 2015년에 번복됐다. 이민부가 H씨와 딸이 한국 국적자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H씨와 딸은 그날로 추방 대상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추방 위기를 맞아 H씨는 2016년 11월에 다시 두 번째 PRRA를 신청했다. 이번에는 한국 국적으로 PRRA신청이었다. H씨는 ①탈북자 신원에 따른 한국 내 차별 ②정신 질환으로 인한 한국 내 강제 입원 가능성 ③북한 당국에 의한 한국 내 탈북자 색출 위험을 두 번째 PRRA에서 강조했다.
이민부 관리는 ②정신 질환에 대해 기각했다. H씨의 정신 질환이란 북한 추방에 대한 심적 부담감으로, 한국에 추방된다고 해도 강제 입원 대상이라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또한 ③탈북자 색출에 대해서도, 이미 한국 내 탈북자가 2만5,000명에 달하며, 그간 고위급 2명만 실제 암살 대상이 됐다는 점, H씨가 고위급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위험이 없다고 봤다. 고위급 2명이란 황장엽씨와 이한영씨로 추정된다. 황씨는 암살 미수 사건이 있었으나 2010년 자연사했다. 김정남의 사촌 형 이한영씨(리일남)는 1997년에 간첩으로 추정되는 2인에 의해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캐나다 “한국 탈북자 차별 문제에 충분히 노력 중”
… 한국내 차별 증거 불충분 난민 인정 안돼

H씨 신청 내용 중 유일하게 검토 대상이 된 점은 ①탈북자 신원에 따른 한국내 차별이었다. 여기서 H씨는 한국이 차별에 대한 자국민 보호 능력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는데, 이러한 증명은 어려웠다. 캐나다 당국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을 “자유민주 국가로, 그 영토를 정상 통치하고 자국민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봤다. 간단히 말해 정상 국가로 봤다. 대부분 난민은 이러한 정상 국가가 아니라 전쟁이나 내란으로 영토 통치 능력이나 자국민 보호 능력을 상실한 국가 출신이다.
H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경험을 제출했지만, 캐나다 당국은 “한국 내 탈북자에 대한 일부 차별의 증거를 찾아볼 수 있으나, 한국은 명확하게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고 봤다. 또 캐나다 당국은 한국 내 인종, 성, 장애, 성정체성,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차별 금지 규정을 확인하고, 한국 인권위원회가 “지나치게 탈북자 문제에 집중한다”라는 비판을 받는 점 등을 들어 H씨에 대한 보호대상자 지정을 2017년 1월 거절했다.

법원, 이민부 절차상 문제점은 인정, H씨 딸에 대해서는 보호대상자 지정 거부 취소

다만 이 과정에서 이민부 처리에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두 번째 PRRA에서 H씨는 딸을 제외하고 신청한 상태인데, 이민부는 H씨 뿐만 아니라 딸에 대해서도 보호 대상자 지정을 거부한 점이다.
H씨의 딸은 H씨의 형사상, 가족 법원 절차 관계로 아동보호단체에 맡겨진 상태였다. 결국 PRRA결과와 관련해 H씨는 처리가 잘못됐다고 연방법원에 이민부를 고소했다. 2017년 10월 13일 재판부는 H씨 딸에 대해서만 PRRA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H씨 PRRA 결정에 관해 법원이 더 살펴보는 절차는 거절했다.

H씨는 어려운 삶을 사는 중

H씨는 캐나다에 들어온 지 8년이 됐다. 캐나다 체류에 대한 꿈을 가졌지만, 그간 기록을 보면 여러 부분에서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캐나다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는 희망에 부푼 꿈을 가졌을지 모르나 현실은 악몽이다.
한인 사회도 H씨에게 따뜻하진 않았던 듯 싶다. H씨는 자신이 출석한 교회에서 탈북자 출신이라 따돌림과 모욕을 당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H씨의 행동에 더 많은 문제가 보인다. 월세 미납부터 시작해 소위 생계형 범죄로 추청되는 소액 절도와 심신 불안 끝에 휘두른 걸로 보이는 가정 폭력에서 H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트루도 정부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2013년부터 탈북자 난민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 2014년 결과를 보면, 탈북자 198명이 거부, 154명이 자진 취소, 265명이 수속 참여 미비로 이후 처리 거부됐다. 난민으로 들어온 탈북자는 그 해 1명뿐이었다.
트루도 정부 들어서 2016년부터 이민 및 난민위원회(IRB) 심사 방식이 바뀌긴 했지만, 탈북자에 문을 열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한국 국적자 8명에 대한 심사가 진행돼 이중 6명은 난민으로, 나머지 2명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 국적은 1명이 신청했지만, 수속 참여 미비로 진행되지 않았다.

환상을 경계해야

기자가 만난 탈북자 중에 A씨는 탈북 브로커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 중에 캐나다 난민 신청을 권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물론 공짜 권고는 아니다. 탈북시 브로커에게 일정 대가를 지불한 탈북자 중에는, 또 대가를 지불하고 캐나다 생활을 꿈꾼 사람도 있다.
문제는 캐나다에 입국한 다음이다. 난민 신청까지는 이뤄지지만, 그다음 일은 브로커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결국, 현지 사정에 어두운 남한에서 온 탈북자 중 상당수가 수속 참여 미비로 난민 수속 자체가 거부된다. 이 기간 사이에 한국에서 가져온 생활 자금은 바닥나게 된다.
앞서 2014년 통계에서 수속 참여 미비로 거부된 265명 중 일부가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취업 등에 있어서 이민자가 쉽지 않듯 난민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캐나다 거주자와 같은 기준으로 난민 대상 기초생계비 지원은 이뤄지지만, 그걸로는 생활할 수준이 안된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캐나다가 난민에게 연금을 준다는 낭설을 믿고 온다면, 제 2, 제 3의 H씨는 또 등장할 수 있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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