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26일 토요일

하원윤리위 트루도 총리 '부적절 대응' 지적

캐나다 하원 이해 및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는 SNC-라발린 사건과 관련 연방 내각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보고서(트루도 2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마리오 디온 윤리위원장은 저스틴 트루도 총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조디 윌슨-레이볼드 법무장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SNC-라발린의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 제 9조 “명백한 영향력 행사 시도”에 트루도 총리가 저촉됐다고 지적했다.
SNC-라발린은 캐나다 최대 종합 엔지니어링 및 건설 회사로 2009년 리비아에서 공사 발주를 위해 약 C$4770만 뇌물을 알-사디 카다피 등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사디 카다피는 이전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3남이다.
또한 SNC-라발린은 뇌물을 통해 공사를 발주한 후, 리비아의 각 정부기관으로부터 C$1억2,980만 상당의 공사비를 받고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즉 부패한 외국 정부의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어 공사를 따낸 후, 공사대금을 받은 후에는 제대로 시공하지 않고 윗선에서 무마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다피 축출 후, 캐나다 국내 수사 대상

2011년 리비아 시민혁명으로 카다피가 축출된 후, 캐나다 퀘벡에 본사를 둔 SNC-라발린의 뇌물수수 의혹이 수면으로 드러났다.
RCMP(캐나다 연방경찰)가 수사에 착수했고, 캐나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형사 기소를 검토하는 중에, 트루도 총리의 비서실이 기소 처분을 하지 않도록 윌슨-레이볼드 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기소되면 SNC-라발린은 캐나다 공공사업 입찰에 적어도 10년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올해 2월 보도로 압력설 최초 등장

이 가운데 퀘벡에 본사를 둔 SNC-라발린이 기소되면, 자유당(LPC)에 대한 퀘벡 지지가 떨어질 거란 이유로, 캐나다 정부가 기소를 미루고 있다는 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설을 가장 최초로 구체적으로 보도한 건 글로벌 메일지로, 총리실이 법무부 장관에게 불기소 처리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2019년 2월 8일에 나왔다.
보도 직후에 윌슨-레이볼드 장관은 ‘변호사-고객 관계’를 들어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저스틴 트루도 총리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캐나다 법무부 장관(좌측)과 제인 필포트 전 재무위원장(우측)은 SNC-라발린 사건과 관련해 트루도 총리 내각의 방향에 반발에 사퇴했다. 사진=조디 윌슨-레이볼드/트위터

트루도 총리는 윌슨-레이볼드 장관에게 SNC-라발린과 관련해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 발표 직후에 윌슨-레이볼드 장관은 법무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둘의 관계가 어긋난 후 야당은 하원의 이해 및 윤리위원회 조사를 정식 발의했다.
이어 하원 법무위원회에 출석한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압력설을 시인했다.
캐나다는 내각제로 각료에서 물러나도 연방하원의원 자격은 유지된다.

자유당, 두 의원 제명 후 돌아올 수 없는 선 그어져

이 시점부터 집권 자유당(LPC)은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신뢰성을 문제삼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이런 대응에 반발한 제인 필포트 연방 재무위원장이 3월 4일 자진 사퇴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필포트 전 재무위원장은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편을 든다.
이후 자유당은 각료회의를 통해 4월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과 제인 필포트 전 재무위원장을 당적에서 지워버렸다.
윌슨-레이볼드 전장관이 추밀원장과 나눈 대화를 윤리위에 제출했다는 이유에서 였다.

총선 앞두고, 자유당 도덕성의 위기

오는 10월 캐나다 연방총선을 앞둔 가운데, 결국 윤리위는 법무장관 고유 업무에 총리실의 압력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는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과 필포트 전 재무위원장을 비판해온 트루도 총리의 도덕성에 상처를 줬다.
그러나 14일 트루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많은 이들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이 사안에 대해, 나는 (윤리위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트루도 총리는 “책임은 나에게 있고,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라며 “보고서 내용은 받아들이겠다”라고 덧붙였다.
트루도 총리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지만, 윤리위의 권고안대로 연방정부와 법무부 및 사법부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도 성명에서 윤리위 발표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공공의 신뢰를 받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우리의 자유와 정부 제도의 근원이되는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며 “이러한 근본적인 점을 놓고 갈등하지 말아야 하는데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총리라도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 기소권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제차 강조한 발언이다.
달리 표현하면 트루도 정부의 국정 농단을 짚은 셈이다.

참고: 법무 장관이 기소를 검토하는 이유?

캐나다는 한국 제도와는 달리, 영연방식으로 법무부 및 법무총재부(Minister of Justice and Attorney General of Canada)라는 행정 부서와 장관이 존재한다.
약자로 모잭(MoJac)이라고 부르는 이 부처는 캐나다 정부의 법률 자문역이면서, 산하 검찰청(Public Prosecution Service of Canada)을 두고 연방법에 따른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권한이 있다.
즉 캐나다의 법무장관은 한국의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또 다른 차이는 주법에 의한 기소는 각 주정부마다 있는, 같은 호칭이지만 연방정부와는 별개 조직인 법무부 및 법무총재부가 처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재 캐나다 연방 법무부 및 법무총재부의 대표는 데이빗 라미티 장관이며, 브리티스 컬럼비아의 법무부 및 법무총재부의 대표는 데이빗 이비 장관이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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