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컨보이, 캐나다 여론 자극했지만 목표는 달성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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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컨보이(Freedom Convoy∙ 이하 컨보이)가 30일 오타와 시위로 일단 계획했던 일정은 끝냈지만, 이 시위로 정책이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2022년 1월 말 캐나다 사회와 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프리덤 컨보이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다만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잔불처럼 남을 가능성은 있다. 연방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의 연대 형태로 향후 등장할 가능성은 보이고 있다.

정부의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발이 발단

1월 15일부터 캐나다 연방정부는 캐나다-미국 국경을 오가는 트럭 운전사에게 백신 접종 완료를 의무로 했다.
이에 대해 트럭 운전사 일부가 항의 표시로, 백신 접종 의무와 증명서 폐지를 요구하면서 컨보이를 조직해 수도 오타와까지 가서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프리덤 컨보이를 자칭했다.

프리덤은 자유 중에서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를 말한다. 캐나다의 일부 보수는 백신 접종을 정부가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보며,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를 개인 자유에 대한 침해로 해석하고 반발한다.

컨보이는, 트럭 운전사 용어로, 대형 트럭의 대열을 뜻한다. 즉 대열을 만들어 달려가 속박되지 않는 자유를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명목으로 구성됐다.

서에서 동으로 이동

컨보이는 1월 22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델타와 프린스 루펏에서 각각 출발해 캐나다를 동서로 관통하는 1번 고속도로에서 합류했다.

이들이 도시를 지나갈 때 일부 지지자들은 차량을 끌고 나와 일정 시간 컨보이에 합류하기도 했다.

1월 28일 온타리오주 킹스턴 시경은 화물 트레일러 장착 트럭 17대와 트레일러 없는 트럭 104대, RV 6대, 승용차 424대가 컨보이 시위대로 관할 지역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29일부터 컨보이는 일부 동부에서 온 시위대와 합세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날 저스틴 트루도 총리가 만약의 상황을 대피해 총리 관저에서 모처로 피신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컨보이는 이를 “승리”로 해석했다. 또한 이날부터 컨보이 시위대 중에는 나치의 스와스티카기와 남부 연합기를 든 개인과 집단이 다수 등장했다.

30일 오타와 시위 정점

오타와에서 컨보이 시위대는 다른 기관과 단체의 반발과 마찰을 일으켰다.

시위대는 오타와의 국립 전쟁 추모관의 무명용사 추모비에서 춤추며 술을 마셔, 재향군인회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암 연구와 치료 기금 모금을 위해 캐나다 횡단에 도전했던 테리 팍스 동상에 캐나다 국기를 거꾸로 달고, 자신들의 구호판을 붙여, 팍스의 고향인 포트코퀴틀람의 브레드 웨스트 시장이 항의의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컨보이 관계자 일부는 자신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일부 극단주의 단체 또는 배우를 반대파에서 고용해 문제 있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주류 언론이 이를 주로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컨보이 시위대는 언론사의 현장 취재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보였으며, 기본적으로 참가자들은 언론을 믿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CAJ(캐나다 기자협회)에서는 취재 시 거리를 두고, 일정 그룹을 만들어 취재하며, 기자의 안전을 우선하라며 편집장들에게 권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컨보이 속에 극단주의 존재

관계를 부정하지만 오타와에서 시위 중 가장 큰 문제가 된 점은 극우단체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등장과 주최 인사들의 관련성이다.

컨보이 측은 평화로운 시위를 위해 극우와 백인 우월주의자를 배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주최 측에도 극단주의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포진해있는 문제가 있다.

컨보이를 조직한 인물 중 한 명인 제임스 보더는 트루도 총리에 대해 “반인륜적 행위 가담자로 체포해 반역죄로 기소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백신 접종 권장과 규제같은 방역조치를 음모론자들은 인류 감소 계획부터 사회주의적 통제를 위한 반인륜적 행위로 보는데, 이런 시각을 반영한 주장이다. 보더가 음모론적 세계관을 가진 큐어넌의 일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위대를 위해 약 7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기금 모금 담당자 타마라 리치는 매버릭당의 간사 출신이다. 메버릭당은 웩시트(Wexit), 즉 서부 캐나다의 연방탈퇴를 주장하는 우익 정당이다. 당 차원에서는 컨보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해당 당은 소셜미디어에서 컨보이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지지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다.

온타리오주 북부에서 시위를 주도한 제이슨 라페이스의 경우 백인 우월주의 극우단체 솔저스오브 오딘과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 대부분 반대

트루도 총리는 31일 기자회견에서 컨보이가 “진실을 모욕하고 있다”라면서 “다른 소기업 근로자에게 욕설을 하고, 노숙자의 음식을 훔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트루도 총리는 “우리는 인종 차별주의 깃발을 휘두르거나, 반달리즘에 가담하거나, 참전용사의 명예를 모욕하는 이들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라고 컨보이를 정면 비판했다.

적미트 싱 신민주당(NDP) 대표는 “남부연합기와 나치 스와스티카를 휘두른 모습에서 증오와 폭력성이 가득한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를 목도할 수 있다”라면서 “현장에 가서 이에 맞서지 못한 하원의원들은 거울을 보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캐나다를 건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라고 31일 발표했다.

에린 오툴 보수당(CPC) 대표는 컨보이 지지 요청을 거부하고, 공급망 유지를 위한 최선의 길은 트럭 운전사들이 백신을 맞는 것이라고 했다. 오툴 대표는 컨보이 시위대를 만나기는 했지만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제는 보수당 일부 하원의원이 컨보이 지지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보수당 하원의원 중에 앤드류 쉬어, 가넷 제니스, 제러미 패처, 마이클 쿠퍼, 피에르 폴리에버 같은 80년대생 의원들이 지지를 표시했다.
여기에 서부지역 출신으로 캔디스 버건과 마틴 쉴즈 하원의원도 컨보이 지지를 표시했다.

시위의 당위성 문제

컨보이는 트럭 운전사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약 15%의 운전사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캐나다 국내 공급망 장애가 가중된다는 주장을 1월 초부터 펼쳤다.

그러나 적어도 1월 말까지 공급망 장애가 가중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팬데믹으로 형성된 기존의 공급망 장애는 계속 있지만, 공급망 장애 가중으로 나타난다던 생필품 부족 현상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이 1월 22일부터 모든 육로 입국 시에 백신 접종 완료 의무를 부과했지만, 아직까지는 이로 인한 공급망 장애가 보고되거나 지적된 바는 없다.

기존 트럭 운전사 대표 단체인 CTA(캐나다 화물 연대)는 스티븐 라스코프스키 회장 성명을 통해 공동 도로에서 시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면서, 대부분 트럭 산업 종사자들은 대중들과 유사하게 예방접종을 받았다라고 발표했다. CTA는 컨보이가 트럭 업계 전반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구분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국경 왕래에 백신 접종 완료는 필수적이며, 이 조치는 풀리지 않을 거라고 덧붙였다.

한편 캐나다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5세 이상 인구 기준 82%다. 18세 이상 기준으로는 89%다. 이처럼 대부분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트럭 운전사만 예외로 하자는 시위는 큰 지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과 관련 없이 컨보이의 요구만 놓고보면 동의하는 비율은 소수다. 마루 퍼블릭 오피니언이 시티뉴스 의뢰로 24일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8%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트럭 운전사의 육로 국경 왕래에 찬성했다. BC주민 찬성 비율은 25%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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