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법원, 콘돔 판결로 성범죄에 대한 새 기준 제시

캐나다 연방 대법원은 성관계 중 파트너로부터 콘돔 착용을 요구받았으나 착용하지 않으면 성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29일 판결했다. 소위 콘돔 판결은 향후 여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원합의체 재판에서 대법관 의견은 5대 4로 나뉘었으나, 다수결 원칙에 따라 이번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커크패트릭 재판(R. v. Kirkpatrick)으로 불리는 사건의 새로운 재판 시작을 의미한다.

또한 콘돔을 착용한 성행위와 착용하지 않은 성행위를, 법리적으로 재판에서 다룰 때는 각각 다른 행위로 본다는 의미도 있다.

커크패트릭 재판

2017년 3월 로스 커크패트릭씨(이하 피고인)와 한 여성(이하 고소인A)이 BC(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만났다. 둘은 콘돔을 착용했을 때만 성관계에 동의했다.

하룻밤 사이 두 차례 성관계에서 처음에는 콘돔을 착용했으나, 두 번째는 착용하지 않았다.

고소인A는 성관계가 끝난 후에야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점을 인지하고, 이를 치안 당국에 고발했다. 피고인은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BC주 법원에서 1심 형사 재판이 시작됐다.

쟁점은 캐나다 형법 제273조 1항 적용

29일 판결 후 대법원이 공개한 해설 자료에 따르면 1심 쟁점은 형법 제273조 1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허락(consent)의 의미를 “문제의 성행위”에 대한 개인의 자발적 동의로 정의하고 있다.

1심에서 고소인A는 문제의 성행위, 이 사건의 경우 콘돔 없는 성관계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여기에 대해 피고인은 변호사를 통해 증거 불충분이라며 판사에게 기각을 요청했다.

피고인은 고소인A가 콘돔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성관계를 허락했고, 검찰은 허락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판례로 등장한 허친슨 재판

1심에서 피고인은 연방대법원의 2014년 허친슨 재판(R. v. Hutchinson) 판례를 제시하며 동의에 대한 심의(재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친슨 재판은 일명 콘돔 사보타주 사건으로도 알려져 있다.

허친슨 재판 역시 여성(이하 고소인 B)이 콘돔을 착용했을 때만 성관계를 허락했으나, 허친슨은 몰래 구멍을 뚫은 콘돔을 사용했다.

대법원은 허친슨 재판에서 “문제의 성행위”에 대해서는 고소인 B가 허락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형법 제265조 3항 c호의 사기 규정을 적용해, 허치슨은 훼손한 콘돔을 사용한 속임수를 통해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허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피고인은 허친슨 판례와 마찬가지로 피고인A 역시 성행위를 허락했다고 볼 수 있지만, 허친슨 판례와는 달리 사기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무죄, 2심 재심 판결 후 대법원 재판

1심 재판관은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여 증거불충분으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관은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형법 제273조 1항에 따라 “문제의 성행위”를 고소인A가 허락했다고 봤다. 또한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행동이 형법 제265조 3항 c호에 따른 사기라고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BC주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항소법원 2심 재판관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성폭행 혐의를 기각한 판결을 파기 환송해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 후, 커크패트릭씨는 캐나다 연방 대법원에 항소해 이번 판결이 나왔다.|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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