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7일 (토요일)

캐나다 정계에 보수가 내놓은 어딘가/어디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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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내 정계에 ‘어딘가(somewhere)’와 ‘어디나(anywhere)’ 가치관 충돌을 보수 진영에서 지적하고 있다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4일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핵심은 정치인이 구분되는 특정 영역, 어딘가를 대변해야 하는가, 아니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어디나를 대변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캐나다 보수 진영에서 제기한 기준

이 문제를 최근 캐나다 사회에서 제기한 사람은 에린 오툴(Erin O’Toole) 캐나다 보수당 대표다.

오툴 대표는 최근 캐나다 연방하원 연설에서 ‘어딘가’과 ‘어디나’ 사이에서 “시각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라고 캐나다 정치 판도를 지적했다.

오툴 대표가 설명하는 어딘가론자는 “자신의 직업과 업무를 사랑하며 지역 업체에 충성하는 이들”이다. 대립되는 개념으로 어디나론자는 “정부가 지역 사회나 국가의 발전과 연관 없이 트렌디한 방향으로 일을 해야 한다라고 보는 이들”이다.

개념 자체는 2020년에 새로 나온 건 아니다. CBC는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캐나다 전총리가 2018년 출간한 책 ‘바로 여기, 바로 지금(Right Here, Right Now)’이란 책에서 오툴 대표와 유사한 구도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보수당 출신의 하퍼 전총리는 많은 서방 민주주의가 뿌리 있는 어딘가와 상대적으로 뿌리 없는 어디나로 나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이런 제기는 캐나다 보수당이 내놓았지만, 원류는 영국에 있다.

굿하트의 어딘가론자, 어디나론자

영국작가인 데이비드 굿하트(David Goodhart)의 2017년 저술 ‘어딘가로 가는 길(The Road to Somewhere)’이 원류다.

이 저술은 브렉시트(Brexit) 투표와 유럽연합(EU)탈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같은 포퓰리즘 혁명, 문화와 정체성의 분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CBC는 언급했다.

굿하트는 ‘어딘가로 가는 길’에서 영국 국민의 정치적 성향을 크게 세 종류로 분류했는데, 앞서 어딘가론자(Somewheres)와 어디나론자(Anywheres) 사이에 중간론자(Inbetweeners)가 있다고 봤다.

CBC는 전통적인 좌-우와 진보-보수 정치관에 굿하트는 어딘가/어디나론을 덧씌워, 사상의 새로운 구분법을 내놓았다고 분석했다.

굿하트의 어디나론자는 “자란 곳에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 거주하는 교육받은 전문가로, 중도좌파 정당에 투표하며, 인종∙성별∙성정체성에 대해 실력주의적 평등을 취하고, 상황적 변화를 포용해 더 진보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또한 어디나론자는 국경 없는 세계를 전반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지만, 개인주의적이며 국제주의적으로 국가를 포함해 더 큰 집단 정체성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이들은 안정, 지역사회, 전통보다는 자율성과 자아실현을 더 중시한다.

굿하트의 어딘가론자는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수입이 적으며, 소촌이나 교외 등 어딘가에 지역적 유대감이 더 강하다. 이들은 변화를 환영하지 않으며, 특히 나이 든 어딘가론자들은 ‘잃어버린 영국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들은 안보와 익숙함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고, 지역과 국가, 집단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으며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은 평등의 혁명을 수용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중시하고, 어디나론자의 방향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권위주의자는 아니지만, 더 촘촘하게 전통에 묶여있던 세계가 흘러가고 있는 점을 아쉬워한다.

가장 큰 차이는 이민에 대한 태도

굿하트는 이민을 어디나론자와 어딘가론자를 가르는 가장 중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봤다.

이민이 가져오는 사회 변화에 어떤 자세를 취하고, 그 변화가 자신에게 이익인지 아니면 불이익인지 가늠하는 모습에서 어디나론자와 어딘가론자가 구분이 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굿하트는 캐나다가 이런 부분에서 부분적인 예외를 보여주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진보 보수를 떠나 거의 공통적인 정책으로 대규모 이민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굿하트는 어디나론자는 문화와 사회에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어딘가론자인 동료 시민의 감정을 좀 더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어딘가/어디나론은 일부 현실과 간극 및 한계가 있다. 굿하트도 이들이 단일 집단으로 나눌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굿하트의 이론을 캐나다에 적용해서 봤을 때 몇 가지 현상에 대한 설명에 유용하고,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캐나다 국내, 새로운 분쟁의 씨앗

특히 최근 제기된 ‘그레이트 리셋’ 음모론에서, 세계적인 금융∙문화 엘리트 집단에 배제된 사람들로 어딘가론자를 지명하는데 유용하다.

오툴 당대표는 “이 엘리트들은 견제 없는 세계화와 정치적 올바름(PC)에 초점을 둔 단일 가치관을 주장하고 있지만, 캐나다 중산층은 가족과 가정, 국가에 뿌리를 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앞서 오툴 대표는 “모든 캐나다인이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라며 저스틴 트루도 총리의 자유당 정부 정책을 ‘소외된 사람’을 앞세워 비판했다.

오툴 대표는 보수당이 물건을 쌓아 올리거나, 손을 더럽히며 작업하거나, 밤샘 작업을 하며 근로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했다.

CBC는 오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가 토론토에서 다국적 기업인 프록터 앤 겜블의 법인 변호사로, 즉 사회적 엘리트로 활동한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포퓰리즘의 도구로 어딘가/어디나론자를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어딘가/어디나론자의 구분은 현실정치에서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도전에 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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