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토드양

인터넷에는 악마가 있다: 아만다 토드 사건

포트 코퀴틀람 거주 10대 소녀의 나체 사진 등을 유포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혐의를 받고 있는 터키계 네덜란드인이 사건 발생 근 9년 만에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 법원에 섰다.

15세 아만다 토드 양을 자살로 몰고 간 혐의를 받고 있는 에이든 코반(Aydin Coban∙42세)이 2020년 12월 8일 주 법원에 처음 출두했다고 5일 검찰이 발표했다.

코반은 캐나다 국내에서 강요, 아동 포르노 소지, 추행 목적 약취 유인, 형사법상 괴롭힘 등으로 기소됐다.

2012년 10월 발생한 토드 양 자살 사건은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에 관한 캐나다의 경각심을 크게 높였고, 방지 및 법적 대응 절차가 마련된 사건이기도 했다.

13세 소녀의 순간의 실수

토드 양은 1996년 생으로, 7학년 때인 2009년 경에 화상 채팅 서비스인 블록티비(blogTv)를 시작했다.

화상 채팅은 십대 토드 양이 원하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

그 중에 한 명은 끈질기게 토드양의 벗은 몸을 화상으로 보여달라고 유혹했다. 꼬임에 넘어가 수 백 명이 모인 채팅방에서 토드 양은 가슴을 드러내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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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토드양 학교 사진. 사진=Amanda Todd Legacy Society

온라인 폭력에 시달리기 시작

인터넷 상에는 아무 여성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캡처해 이를 빌미로 수작을 걸거나, 퍼뜨리는 이른바 ‘캐퍼(capper)’라는 이들이 있다.

캐퍼는 속어로 캡처(capture)를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 캐퍼들이 토드양의 노출 동영상을 인터넷 이곳 저곳에 뿌려댔다.

토드양은 결국 인터넷에서 성 착취와 사이버 폭력의 목표물이 됐다.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보내온 악마의 등장

노출 동영상이 누출된 지 약 1년 후, 코반이 ‘타일러 부’라는 익명을 사용해 토드 양에게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코반은 14세 토드 양에게 화상 누드쇼를 요구하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노출 동영상을 가족, 친구 등 모든 이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코반은 토드 양의 주소, 학교, 친척, 친구와 가족 이름을 안다고 과시했다.

토드 양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만든 동영상에 따르면, 2010년 크리스마스날 오전 4시에 경찰은 토드 양의 노출 영상이 퍼지고 있다고 집으로 찾아와 알렸다.

코반은 토드 양의 노출 동영상을 포르노 사이트에 올린 후, 해당 주소를 페이스북을 통해 토드 양을 아는 이들에게 발송했다.

심지어 코반은 수사관인 척 토드 양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제공하겠다며 신원 정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토드 양의 어머니는 그의 정체를 금방 간파하고, 코반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밝히고, 실제로도 했다.

이 사건은 토드 양에게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를 일으켰고, 정신적으로 무너진 토드 양은 마약과 술을 찾았다고 밝혔다.

결국 토드 양과 가족은 전학을 통해 다시 살아갈 기회를 찾으려고 했다.

잠시 조용했던 코반의 연락

경찰 신고 후 잠시 잠잠했던 코반이 전학한 토드 양의 인터넷 망에 다시 등장해 다시 협박을 시작했다.

이때는 토드 양의 어머니가 협박 편지를 모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토드 양의 모든 페이스북과 이메일 개정 폐쇄를 권장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답했다.

토드 양이 코반에게 “내 앞에 나타날 용기도 없다면 사라져라”라며 대응하자, 코반은 토드 양의 벗은 몸을 프로필 사진으로 만들어 페이스북을 열고, 전학 간 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토드 양은 사망 전에 공개한 비디오에서 “매일 밤 울었고, 모든 친구와 관계를 잃어버렸다”라며 “사람들은 다시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진을 돌이킬 수 없고, 영원히 밖에 돌아다닐 텐데…”라고 밝혔다.

이때부터 토드 양은 자살 전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손목을 그어 상처를 내는 자해 행동을 시작했다.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했고, 친구가 없어 점심시간을 홀로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전학을 했다.

캐나다 연방경찰의 대응 부족 문제

코반은 토드 양만 목표로 삼은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에 사는 한 소녀에게도 ‘타일러 씨’란 가명으로 토드 양과 비슷한 사정의 소녀를 협박을 했다.

코반은 쇼를 요구하면서 당장 스카이프로 접속해 동영상으로 몸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신이 확보한 소녀의 친구, 가족 등에게 사진을 뿌려 ‘생지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CBC의 사건 추적 프로그램 피프스이스테이트 보도를 보면, 이 노르웨이 소녀 가족도 경찰에 신고했다.

노르웨이 경찰의 대응은 캐나다 연방경찰과 달랐다.

스카이프에 접촉한 경찰은 ‘타일러 씨’ 즉 코반의 아이피 주소를 확보했고, 그가 네덜란드에 있다는 걸 알아내고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경찰은 노르웨이 경찰의 수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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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불링을 포함해 괴롭힘 중단을 촉구하는 행사는 ‘핑크셔츠데이’ 행사에 2018년 참석한 캐롤 토드씨. 아만다 토드양의 어머니다. 핑크셔츠데이는 매년 2월 중에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행사를 한다. 2021년에는 2월 24일 예정이다. 사진=BC주정부

외로움과 극단적인 선택

코반의 협박에 시달린 토드양은 급격하게 자신을 잃어갔고, 대인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토드양은 외로움으로 ‘나이 든 남자’와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이 남자는 여자 친구가 없는 사이 토드 양을 불렀다.

그리고 토드 양은 여기에 응한 게 큰 실수라고 했다.

남성을 찾아간 지 일주일 후, 이 남자와 여자 친구 15명이 토드 양의 학교 앞에 나타났다. 여자 친구와 다른 두 명이 토드 양을 폭행했고, 다른 학생들은 이 광경을 동영상을 찍었다.

토드 양은 이 때 상황을 “세상이 농담처럼 느껴졌다. 누구도 이런 대접을 받을 순 없는 건데…”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돌아와 표백제로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금방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덕분에 생명을 건졌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또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포트 코퀴틀람으로 이사하고 학교를 옮겼다.

숨쉴 틈을 주지 않았던 소셜 미디어의 괴롭힘

토드 양에 대한 괴롭힘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집 안으로 따라 들어왔다.

소셜 미디어는 학교라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 토드 양을 향한 사람들의 적대감을 전달했다.

토드 양은 이 상황에서 살아갈 길을 찾고자 했다. 유튜브에 자신이 겪은 일들을 영상으로 정리해 9월 7일 올렸다.

이 영상은 사후 유명해져서, 자살을 암시한 유서로 알려졌지만, 토드양의 어머니는 유서가 아닌 삶을 되찾으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상을 통해 누군가를 찾으려했던 토드 양은 삶의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 2012년 10월 10일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페이스북 보안팀 조사 후

토드 양의 죽음 이후에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자 연방경찰은 그제야 추가로 수사팀을 구성했다.

사이버불링 방지 시스템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해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족적을 숨기는 데 능숙했던 코반을 잡아낸 결정적인 요소는, 코반이 토드 양을 괴롭히는데 이용한 페이스북의 보안팀 조사 결과였다.

페이스북 보안팀은 자사의 플랫폼 상에서 여러 개의 아이디를 생성해 활동하면서 아동 성추행 등의 혐의점이 있는 이들을 확인해 미국 관계 당국에 고발했다.

페이스북 신고 내용은 미국 관계 당국과 자동 정보 교환을 하는 영국 수사기관을 통해 유럽 경찰에도 공유됐다.

해당 신고 내용을 토대로 2014년 4월 네덜란드 경찰이 강제 추행 및 아동 포르노 보유 혐의로 코반을 체포했다.

네덜란드 재판 후 캐나다로 압송된 코반

코반에 대한 조사 결과 네덜란드와 캐나다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노르웨이 등 34명의 소녀와 5명의 게이 남성을 상대로 온라인으로 괴롭혀 온 거로 드러났다.

총 72건의 성폭행 및 강요죄, 인터넷 사기와 협박죄로 기소된 코반은 네덜란드에서 2017년 3월 금고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캐나다 수사당국도 코반에 대해, 토드양의 죽음과 관련해, 5건에 걸쳐 기소하고 신변인도를 요청했으며, 2020년 12월 인계받았다.

토드 양 사후 10년 만에 캐나다로 압송된 코반은, 이제 영원히 동영상으로 남은 15세 소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캐나다 재판정에 2020년 2월에 서게 됐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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