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백과(13) 제국주의 광기의 시대에 다문화를 앞서 본 사람, 존 버컨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조건으로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단절을 요구하는 나라가 많다. 여전히 많은 나라가 그 나라 사람이 되는 귀화의 과정은 과거 가치관을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성립하는 거로 본다. 용광로에 녹아 개인성은 어느 정도 그 나라 기존 국민에 맞춰 융해돼야 했다.
존 버컨 생각은 달랐다. 이민은 단절이 아니라, 이미 성립한 자기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의 만남이 일어나는 사건이었다. 그는 개인이 품은 기존의 가치를 인정했고, 그 인정을 통해 타인의 가치에 대한 인정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제국주의의 광기가 세계를 뒤흔들던 시대에 이런 매우 진보적인 철학을 한 사람이 쓴 글을 읽어보면, 상당히 간결하다. 대가의 간결함이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존 버컨, 아돌프 히틀러, 뭇솔리니
두 사진은 1937년에 촬영됐다. 원주민 복장을 한 캐나다 총독과, 순혈주의와 우월주의에 빠져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가던 두 파시스트 지도자가 동시대 인물이다.

 

스코틀랜드 귀족 출신의 연방총독

제1대 트위즈뮤어 남작(the 1st Baron Tweedsmuir) 이란 칭호에서 보이듯 존 버컨은 1875년에 스코틀랜드 출신 귀족이었다. 생전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로드 트위드미어라는 작위를 이름보다 더 많이 호칭으로 썼다. 지금도 로드 트위드미어는 존 버컨보다 더 흔하게 학교 이름 등으로 접할 수 있다.
옥스포드대를 졸업한 그의 일생을 가장 잘 표현한 묘사는 아마도 “여섯 권의 책을 썼다”가 정확할 듯싶다. 대학 졸업 후 남아프리카에 행정관으로 파견됐으며, 이후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정보 장교로 프랑스에서 복무했다. 또한 정치 전문기자, 세금 전문 변호사, 출판사 토마스 넬슨앤 손에서 31세에 책임 문학비평가로 활동했다.

최초 스파이 스릴러물 작가로 기억되는 사람

큰 성취를 어린 나이에 이룬 사람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성취는 1915년작 39계단(The Thirty-Nine Steps)이다. 스파이 스릴러물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탄생시킨 소설이다. 특히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가 전혀 안전하지 않은 곳이었다거나,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인물이 알아 보니 적군이라는 설정은 많은 스파이나 스릴러 소설에서 지금도 차용되는 반전이다. 전자책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The Thirty-Nine Steps by John Buchan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다.

또 다른 책은 그가 죽기 전에 1940년, 65세에 거의 탈고한 자서전, 문가에 머문 기억(Memory Hold-The-Door)이다.

말년에 캐나다인 인생을 산 사람

소설가이면서도 정계에 입문했지만, 중도 보수계 유니어니스트(Unionist)당에 속했지만, 당파성이 강하지 않아 8년간 활동으로 끝냈다. 삶의 새로운 국면이 열린 건, 조지 5세가 1935년 그를 캐나다 총독으로 임명하면서다. 1차세계대전으로 영국이 캐나다에 많은 전시물자와 심지어는 인명도 요구해 희생한 직후다. 캐나다인 마음은 영국의 요구에 지친 가운데 대공황을 맞이한 상황이었다. 이때 왕이 총리 추천 후 임명이라는 기존 방식 대신 직접 총독을 정해 보낸 어찌 보면 최악의 임명이었다. 버컨은 광폭 행보로 가장 캐나다 총독다운 이라는 호칭을 얹는다. 그는 “총독(Governor General)은 캐나다의 모든 점과 또 모든 종류의 캐나다 사람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독특한 자리다”라고 선언한다. 이후 매일 여행과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총독 중 최초로 북극권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시대를 앞서나가 본 선각자

그의 자서전을 보면, “아메리카인 중에 ‘전형적인(typical)’ 아메리카 사람은 없다”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국가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의 집합, 다양한 개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드러나 있다. 그러한 개인성의 보장은 전체주의가 휩쓰는 유럽과 달리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힘을 발휘하는 배경이 될 거라 했다. 지금이라면 당연한 생각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는 이미 2차 세계 대전 초반에 이 사실을 읽어낸 사람이란 점이 남다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으로 세계 초 강대국이 될 거라는 예언적인 내용을 선언했다.
존 버컨 총독 신년사, 1936년 추정.

존 버컨이 새로운 시대의 캐나다를 꿈꿀 때는, 온타리오 주에서 연례 국제 쟁기질 대회가 열릴 때였다.

- 기사 하단 광고(Abottom) -

답글 남기기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 입력

조이밴쿠버 검색

- 사이드바 광고 -
- 사이드바 광고2(C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