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롤의 원조는 밴쿠버. 그 시작은 기존에 대한 불만.

캘리포니아롤, BC롤을 만든 밴쿠버 일식 주방장 도조 히데카즈

권민수의 Vancouver insight (1)

1967년 캐나다 이민법 개정은 유색인종에 막혀있던 빗장을 마침내 풀었다. 소위 점수제 이민을 도입하며, 사실상 유색 인종 이민 제한이 사라지자 일본에서도 2차 캐나다 이민 붐이 일어났다. 일본인 캐나다 이민 붐 1차는 세계 1차대전 경이였다.

이렇게 2차 붐에 이민 온 사람 중에는 일본 가고시마 출신 도조 히데카즈(東條英員)란 21살 청년이 있었다. 도조씨는 1971년에 밴쿠버에 이민 왔다. 앞서 68년 주방장이 되기로 작정하고,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결국 4년 만인 18세에 오사카에 있는 고급 일식점 중 하나인 오노야에서 주방장이 된 후 결정한 이민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도조씨는 청년답게 전통을 고수하는 일본 식당에 반항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사시미는 항상 참치, 흰살생선, 문어, 연어, 오징어 순으로 해야 했는데, 이런 일식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일식당이 똑같은 음식을 만들고 독창성(originality)이 없었다”

그러나 캐나다행은 치기 어린 시도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70년대만 해도 스시는 북미에서 인기 음식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스의 유명 서평가 제이 메킨너니(Jay McInerney)씨가 ‘Raw’란 서평에서 “스시를 처음 먹어본 게 1977년 가을 도쿄에서였다”라며 “당시에는 대단한 음식 기행을 하고, 만약 여기서 살아남으면 미국에 가서 놀랍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날고기를 뭉친 쌀밥 위에 얹어 먹었노라고 자랑하리라 했다”고 적었다.

그나마 일본계가 1907년부터 이민 왔던 밴쿠버는 일식집을 찾아볼 수 없는 북미 다른 도시에 비해서 일식집이 많은 편이었다. 누보지 잡지 인터뷰에서 도조씨 회고를 보면 당시 밴쿠버 일식집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여느 이민자와 다르지 않게, 그는 처음에는 남의 가게에서 일했다. 마네키(Maneki)라는 일식집에서 3년간 일하고, 이후 74년부터 87년에는 진야(Jinya)라는 일식집에 있었다.

그 사이 그는 전통 일식에 대해 계속 반항했다. 누군가가 일본 전통식이 아니라고 불평하면 “이건 도조 식이다”라고 받았다고. 그런 고집이 소위 똥고집으로만 끝났다면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도조씨는 진야에서 74년 자기식 요리를 하나 만든다. 구운 연어껍질로 감싼 초밥은 ‘BC롤’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이어 77년에 또 하나 개발한다. 북미인이 익숙하지 않은 김(노리)을 초밥으로 감싸고, 그 속에는 아보카도와 던저니스크랩 살을 넣었다. 처음에는 도조 롤이라고 불렀는데, 현재 이름은 캘리포니아롤이다. 아마도 서북미에서 일식당 가본 사람 중에 캘리포니아롤을 안 먹어 봤다면, 간 적이 없는 사람 아닐까?

이런 도조씨 시도는 일본인에게는 “올바르지 않은 짓”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80년대 스시가 인기를 끌게 되는 원천이었다. 진야가 문 닫은 후, 1988년에는 그는 자기 이름 식당을 차린다. 이민 17년 만에 38세에 차린 도조스 레스토랑(Tojo’s Restaurant)은 지금까지 꽤 성업 중이다. 도조스는 처음에는 777번지 웨스트 브로드웨이(777 W. Broadway)에 있다가 현재는 1133번지(1133 W. Broadway)에 있다.

이 기사를 쓰게 된 배경에는 그 식당 근처에 갔다가 붙어있는 수많은 수상 안내 스티커에서 받은 인상 때문이다. 호기심에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더라. 도조스 세평을 보면 ①요리는 예술적 감각은 듬뿍 품었지만, 무척 비싼 가격에 비해 양은 적다. ② 주인을 도조상이라고 부르는 오랜 단골이 적지않다. ③ 회 종류로 시켜라. ④ ‘오마카세(お任せ)’라고 특별 재료로 주방장이 구성해 내놓는 요리가 있다. 1인당 5가지 코스는 C$80, 6가지는 C$120. 와규를 포함하면 C$255. 오마카세란 말이 주방장에게 맡긴다는 뜻이라고. ⑤ 해당 식당에서 파는 도조 개발 요리 중에는 ‘그레이트 캐네디언 롤’, ‘골든 롤’, ‘퍼시픽 노스웨스트롤’ 등이 있다. 캘리포니아롤을 이 식당에서는 도조롤이라고 부른다. 참고: 도조스

도조씨 성공은 어쩌면 짜장면이 주는 교훈과 비슷하다. ‘현지화하라.’ 캐나다식 교훈은 하나 더 있다. ‘실력이 있다면 자랑해라’ ⓙⓞⓨ Vancouver 권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