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리셋을 두고 캐나다 진보-보수 사이에 벌어진 싸움

-

‘그레이트 리셋(The Great Reset)’을 놓고 캐나다 정계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레이트 리셋이란 코로나19로 드러난 전 세계 사회∙경제 체계의 문제점을 쇄신하자는 아이디어로 세계경제포럼(WEF)이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음모론적 해석이 따르고 있다.
그레이트 리셋의 시행 여부보다는 이를 도구로 삼은 여론 공방전이 캐나다 여야 간에 나오고 있다.
사회적 공리를 위한 변화를 추진하는 진보와, 개인 권리와 기존 체계 유지를 요구하는 보수 간에 해석 차이가 싸움의 배경이다.

그레이트 리셋 이란: WEF의 발표

세계경제포럼(WEF)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안정적인 사회 건설을 위한 ‘그레이트 리셋’을 2020년 6월 제시했다.

WEF는 그레이트 리셋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탄력적인 미래를 위해 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기반을 공동으로 시급하게 구축하자는 다짐”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 사회적 정의, 사회적 진보를 경제적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데 초점을 둔 새로운 사회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WEF가 주장한 그레이트 리셋은 ▲인류의 상상력과 의지를 담아내, 사람들이 원할 때만 변화하며 ▲지속 가능한 고용, 생계, 성장으로 경제 회복 ▲지구 환경에 잘못된 영향력을 끼친 오랜 동기 부여 구조의 재 창조 ▲탄소배출 총량 제로를 위한 탄소 가격제 도입 ▲과학∙기술∙ 혁신에 재활력 부여 ▲녹색 투자에 우선을 둔 투자 재조정이다.

그레이트 리셋을 위해 WEF는 6월 3일 2021년 두 차례 회담을 준비하고 있고, 첫 회담은 2021년 1월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영국 왕실을 포함한 왕족과 마준 중국인민은행 자문 등 은행가,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법률책임자(CLO) 등 기업가가 참여한다.

WEF 포럼에서 그레이트 리셋의 각론을 보면,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 코로나19 백신의 세계적 공급을 위한 범국가적 협력 체계 생성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기업의 운영과 생산, 개인 소비 방식의 변화: 디지털화와 비대면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적 불평등 혁파 ▲사이버 보안 및 디지털 신뢰 강화▲ 신 디지털 경제와 신 부가가치 창출 ▲신재생 에너지 활용과 시설 도입 ▲금융 서비스에 인공지능 도입 ▲돈세탁 등 전 세계적 금융 범죄 감시망 확충 ▲65+ 연령대의 은퇴 방식 재설계 등이다.

그레이트 리셋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해석

WEF가 내놓은 쇄신을 음모론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음모론적 그레이트 리셋 해석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내용을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세계적 금융 엘리트들이 경제 재편을 통해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거라는 해석이다. 즉 그레이트 리셋의 취지는 눈속임이며, 결국은 대중을 속여서 그들의 이익만을 위하는 판도를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해석이다.

둘째는 세계화주의자(Globalists)의 범세계적 사회주의 정부 등장이다. 기존의 국토, 국민, 국법 대신 세계, 세계인, 세계적인 공동 규정(또는 ‘엘리트’가 정한 공동 선)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될 거라는 해석이다.

셋째는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정부가 도입한 사회 통제 방식의 영구화다. 이 통제의 상징으로 ‘마스크’가 떠올랐고, 이들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마스크를 반대한다. 최근 예배 등 일부 집회를 금지하면서, 여기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일부 종교계 여론이 있다. 이제는 다시 코로나19 백신이 음모론에서 사회주의자가 강요하는 통제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음모론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는 그만큼 WEF가 세계 정치에 영향력이 있는 단체란 점이다.

1971년 다보스포럼으로 시작해 1987년 세계 경제포럼으로 이름을 바꾼 WEF는 독립적 비영리 재단이지만, 포럼 참가자의 면면을 볼 때 세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선출직이 아닌 주로 일부 경제인이 WEF포럼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방향을 정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 또한 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더 나은 재건(Building Back Better)”이라는 슬로건으로 사회∙경제 변화 추진을 내세우면서, 여기에 대한 일부 보수층 반발 여론이 음모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그레이트 리셋에 대한 논란

저스틴 트루도 캐나다 총리는 2020년 9월 25일 UN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팬더믹이 “리셋의 기회가 됐다”라고 발언했다.

트루도 총리는 코로나19 펜더믹 이후 다른 지도자들과 “우리 사회와 사회 사이의 근본적인 격차와 불평등에 대해 논의했다”라며 “팬더믹은 리셋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시스템을 재해석할 여건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루도 총리는 예산 C$4억4,000만을 코로나19 국제 지원 시설에 투입해 백신 개발과 유통을 지원하고, 이 중 C$2억2,000만을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유통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워딩은 그레이트 리셋이 아니지만, 해당 발표는 트루도 총리가 그레이트 리셋을 지지한다는 음모론의 재료가 됐다.

트루도 총리는 11월 2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아, 코로나19 락다운에 지친 사람들의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캐나다 보수당(CPC)의 재무 논평 담당 피엘 폴리에브(Pierre Poilievre) 하원의원은 “글로벌 금융 엘리트가, 캐나다 국민의 희생을 토대로 권력을 강화해, 경제와 사회를 재설계하려 하고 있다”라며 트루도 총리를 비판하면서 그레이트 리셋이 캐나다 정치 제도권에 등장하게 됐다. 폴리에브 의원은 이런 발표 후 권력 장악으로부터 자유를 지켜 그레이트 리셋을 끝내자는 연대 서명을 온라인으로 받기 시작했다.

CBC등 캐나다 주류 언론은 트루도 총리의 ‘리셋’과 폴리에브 하원의원 ‘그레이트 리셋’ 사이에는 정부의 일반적인 정책 기조로 보느냐 글로벌 엘리트의 권력 장악 음모로 보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수당은 트루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에린 오툴 보수당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참사를 보면서,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 어렵다”라며 “지금은 경제를 재해석하는 위험한 실험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트위터로 트루도 총리를 비판했다.
다만 앞서 오툴 대표는 집권 자유당(LPC) 정부에 체계적이고 조속한 코로나19 백신 공급망을 요구해, 그레이트 리셋의 일부 음모론과는 궤도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Share this article

Recent posts

Google search engine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