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오피오이드 위기, 의사가 준 진통제가 마약 중독자를 만들었다면?

오피오이드 위기에 뒤에 있는 신약 문제

최근 3년 사이 캐나다의 가장 심각한 사회∙보건 문제로 오피오이드(Opioid) 남용이 있다. 오피오이드란 아편 성분을 합성해 만들어낸 진통제다. 여기에 중독된 사람이, 마약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캐나다 사회에 흔하다.
앵거스리드가 올해 1월 공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캐나다인 4명 중 1명(26%)은 오피오이드 문제가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고, 42%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근 10명 중 7명은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대체로 한국인은 마약 중독자가 젊은 층의 의지박약에 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는 상당히 광범위한 연령대에 오피오이드 문제가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오피오이드 남용 사망자 통계 보면 30~39세가 28.1%로 가장 많고, 19세 미만(2.5%)과 60세 이상(5.8%)을 제외하면 거의 전 연령대에 고른 비율로 나온다. 이 오피오이드 문제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개인이 아닌 시스템상 잘못이 도사리고 있다.

남용의 시작은 의사의 처방

퍼듀 파마라는 제약사가 만든 옥시코돈(Oxycodone)이란 성분의 진통제가 있다. 상표명은 ‘옥시코틴(OxyCotin)’으로 1996년 캐나다 국내에 처음 발매됐다. 일반적인 상용 진통제는 아니고, 말기 암 환자처럼 만성 통증이 심한 사람들에게 처방전에 따라 주는 약이었다. 제약 회사는 중독성이 없으면서 통증을 완화한다고 1996년부터 2001년 사이 선전했다. 처방대상은 교통사고나 낙상으로 다친 사람까지 확대됐고, 많은 의사가 이를 애용했다.
그러나 200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옥시코틴이 헤로인 유사한 환각 작용을 일으키며, 중독된다는 보고서가 등장했다. 이러한 보고서는 그 심각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캐나다 보건 당국이 옥시코돈 중독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건, 그런 보고서가 등장한 지 무려 3년 후다. 2004년 캐나다 보건부는 대서양 연안 지역에 옥시코돈 처방과 중독, 과용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시작했다.

남용 문제 발견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늦어

정작 옥시코틴을 무료 처방 대상에서 뺀 건 2012년부터다. 각 주정부는 옥시코틴 오남용 사례가 심각해지자, 공공의약보험 대상에서 옥시코틴을 제외했다. 이 조치는 판매를 금지한 건 아니지만, 옥시코틴 약값 부담을 온전히 환자에게 돌리게 됐다. 그 사이 퍼듀 파마는 ‘옥시니오(OxyNeo)’라는 변형 방지 처리된 제품을 들고나온다. 옥시니오는 씹어먹거나 가루로 만들기 어렵게 변형 방지처리한 옥시코돈이다. 각 주정부는, 앨버타를 제외하고, 옥시니오도 공공의약보험 대상에서 제외했다.
캐나다 당국이 옥시코틴과 옥시니오를 최소한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지 않기 시작했지만, 이 조치는 오피오이드 중독을 막는데 소용이 없었다. 퍼듀 파마는 하이드로모프 콘틴(Hydromorph Contin)이라는 옥시코틴 대용약을 내놓았고, 이는 2013년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결국 2015년 6월에 캐나다보건부가 개입해서 모든 옥시코든 함유 제품에 변형 방지 처리를 발매 기준으로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 기준은 변형 방지 처리 기술을 독점 보유한 퍼듀 파마에게만 유리했다. 다른 제약회사의 옥시코돈 함유 약품은 모두 캐나다에서 발매 금지 상태가 됐다. 일부 의사는 변형 방지 처리가 중독 여부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캐나다 보건부 조처를 비판하고 있다.

막상 규제 시작되자, 마약 수요가 늘어나는 문제

이 가운데 옥시코돈 성분약 공급이 대폭 줄어들게 되자, 이미 중독된 사람들이 마약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캐나다 연방경찰(RCMP)단속 사례를 보면, 마약 밀매상에게서 코카인과 함께, 옥시코돈이나 다른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인 메사돈을 압수하는 건 흔한 일이 됐다. 또 일부 약국은 옥시코돈을 노린 강도를 당하기도 했다. 종종 병을 가장해 옥시코돈 처방을 받는 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옥시코돈 공급이 줄어들자 펜타닐(Fentanyl)이 그 대안으로 중독자 사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엄밀히 보자면 중독자들이 펜타닐을 찾은 게 아니라, 마약 공급상들이 펜타닐을 제공했다. 펜타닐 역시 오피오이드 진통제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펜타닐은 패치형태로 처방전에 의해 사용된다. 같은 함량으로 몰핀의 100배 효력을 보이는 이 약은, 극소량도 사망에 이를 만큼 부작용이 엄청난 문제가 있다. 뇌 신경신호 차단으로 인한 호흡 중단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그러나 마약상에게 이용자의 생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매우 저렴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산 펜타닐을 들여다가 마구잡이로 마약을 만들어 공급했다. 당국이 펜타닐 단속을 강화하자, 펜타닐보다 더 농축해, 더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서펜타닐이나 카펜타닐 같은 물질이 공급됐다. “중독성이 없는 줄 알았던 최신 진통제”를 접한 이들 중 일부는, 결국  마약 중독자라는 오명 아래 세상을 뜨게 된 셈이다.

죽음의 문이 열렸다

캐나다 국내에서 오피오이드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은 BC다. 2017년 1월부터 6월 사이 펜타닐 성분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BC에서만 787명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캐나다 국내에서는 1,460명이 사망했는데, 반 이상이 BC에서 발생했다. 펜타닐 중독으로 엠뷸런스 서비스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고, 사망자수가 치솟자, BC 주정부는 대안으로 길항제인 날록손(Naloxon)을 마약 사용자를 포함해 도처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 약을 일정 시간 내에 코에 뿌리면, 펜타닐로 의식을 잃은 사람이 다시 호흡하게 된다. 날록손은 날칸(Narcan)이라는 제품명으로 공급하고 있다. 신약은 아니고 1961년 처음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현재는 복제약도 많이 나와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보건 당국이 병 주고 약 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오피오이드 위기는 현재 날록손 배포로 끝난 상황이 아니다.
퍼듀 파마는 2017년 4월 캐나다 국내 단체 소송 끝에 C$2,000만을 옥시코틴 이용자 2,000명에게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배상은 환자뿐 만아니라 정부와 사회에 끼친 피해에 비교해 매우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 가운데 비난의 화살은 퍼듀의 소유주인 새클러(Sackler) 가문을 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오피오이드 약품을 만들어 팔었던 제약회사들이 다시금 날록손을 만들어 파는 행동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마약상들은 여전히 ‘자살약’인 펜타닐을 섞은 마약을 속여 팔고 있다. | JoyVancouver © | 권민수

- 기사 하단 광고(Abottom) -

답글 남기기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 입력

조이밴쿠버 검색

- 사이드바 광고 -
- 사이드바 광고2(CA2)-

게시판

제목작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