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셈법 썼다가, 캐나다에서 재판은 꼬였다

사업 동반자도 오랜 관계 가려면 계약서 등으로 문서화를 해야할 이유

올해 8월 29일 온타리오 항소 법원은 도급-하도급으로 계약 맺은 한인 간에 분쟁을 조정해, 피고가 원고에게 청구액 일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A씨는 배선 전문가, 피고 B씨는 인테리어 회사 대표다. 둘은 각각 별도 회사를 두고 일하고 있지만, 도급 관계는 11년차로 깊었다. A씨는 B씨 주문에 따라 약 C$ 100만 어치 일을 맡아서 했다. 서로 일 처리에 불만이 없었지만, 어느 순간 둘 사이 인간적 관계가 엇갈리며, 둘의 셈법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둘은 일처리에 문서화한 내용이 거의 없고, 말로만 주문하거나 계약하고 일 해왔다는 점이다.

결국 인테리어 회사를 하는 B씨가 A씨가 몇몇 일에 있어 바가지를 씌웠다고 했고, A씨는 실제 했던 일에 비해 B씨가 지나치게 조금 주었다고 주장했다. 둘의 싸움은 재판에 이르렀다.

동업자 사이에 큰 차이 보인 공사대금

A씨는 C$8만7,437을 공사 3건을 하면서 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에 A씨가 주장한 B씨가 지급해야 할 총액은 공사 3건과 이전 외상을 포함해 C$9만9,886이었다.

반면에 B씨는 A씨 계산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공사 때마다 자신이 받은 착수금 일부를 A씨에게 지급했고, 공사 3건 대금을 합산해 C$8만2,000 수표를 A씨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B씨 계산법을 A씨 청구 총액에 대입하면, 남은 외상은 C$1만7,000이 되지만 B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여벌의 일을 하거나, 요금을 부풀려 청구했기 때문에 자신은 A씨에게 지급할 금액이 없다고 주장했다.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든 건 캐나다 사회에서 일반적인 건당(project by project) 정산을 하지 않고, 청구 내용에 대해 지급 마감 기간을 따로 두지 않은 두 사람의 습관이었다. ‘오래 같이 일했으니 줄 때 주겠지’와 ‘오래 같이 일했으니 때가 되면 이 정도는 줘야지’ 하는 생각이 재판 과정을 길게 만들었다.

매번 실제 공사대금보다 낮은 견적서, 신뢰 문제로 지적

재판에서 재판장은 공사 비용을 하나하나 따졌다. 이 결과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대표 B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부분이 발견됐다.
B씨는 공사 주문을 받을 때, 요금을 적게 부른 후, 기타 추가 업무가 발생하면 추가 요금을 받아 A씨에게 건네는 식이었다. 예컨대 B씨는 한 레스토랑 전기공사 견적으로 C$1만9,500을 불렀지만, 실제 공사 마감 대금은 세금포함 C$4만1,538.80이었다. A씨는 B씨가 이렇게 계약할 때는 적게 청구하고, 일을 끝낼 때는 많이 청구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결국, 매번 공사비를 축소해 일을 따낸 후에, 완료 때는 상당 금액을 청구하는 B씨 습관은 재판장의 눈 밖에 났다.

재판장은 “진술의 일관성과 증거 제출에서 B씨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B씨는 진술에 선택적인 기억을 보이거나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몇 건의 B씨 진술을 재판장은 채택 거부했다. 이 재판은 A씨에게도 쉬운 재판은 아니었다. 재판장은 “두 사람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았고, 많은 증거가 한국어 대화와 한글 이메일로 오가서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수증 등 증거물 조합 통해 결국 배상 판결

결국 외상은 장기간 지불하지 않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공사를 맡긴 고객에게 건넨 두루뭉술한 영수증도 B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A씨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A씨가 진행한 공사에 대해서 문제 제기는 없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B씨가 공사를 맡긴 업주에게 건낸 사전 견적과 사후 영수증, A씨가 B씨에게 청구한 내용, 지급 수표 내용을 복기해 A씨에게 B씨가 C$7만7,432.30을 판결 전후 이자를 포함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 중 공사 비용과 오간 금액을 다시 계산한 결과 A씨 계산 내용 중에 C$1만은 이미 지급됐다고 본 결과였다. 이 판결은 항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 “편의상 말로 계약”은 결국 서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끼리’ 이전에 원칙적으로 ‘캐나다 사회에 사는 사람끼리’ 상식에 맞는 서류 정리와 계산이 이뤄진다면 분쟁이 오히려 덜할 수 있겠다. JoyVancouver 권민수